83년의 길목에서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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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언기<서울구로구독산동122의27>
눈쌓인 초가지붕의 추녀끝을 누비며 참새를 잡던 어린 시절의 겨울밤 추억이 생각나고 눈보라치는 방 따뜻한 아랫목에서 몸을 녹이며 정담을 나누던 시골 사랑방의 온기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는 듯 하다. 그러나 도시생활의 고달픔속에서 점차 계절의 감각은 잊혀져가는 듯 하다. 도리어 겨울이란 계절은 매년 이맘때면 발표되는 공공요금 인상, 자녀학자금문제등 가중되는 가계속에서도 두꺼워지지않는 월급봉투로 인해 한층더 견디기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활속에서도 밤을 보내면 낮이 오듯 반복속에 친한 친구들과 한잔술을 나누며 한해를 잊고 맞는 때가 왔다. 가계는 한 가정에서, 이웃끼리, 크게는 국민과 정부도 서로 용서하고 불우한 이웃에게 사람의 온정을 베풀 때가 아닌가 싶다.
인생이란 모래성을 쌓고 허물듯 조금씩 커가면서 한해 한해를 맞는 것은 아닌지. 호주머니속의 먼지를 털듯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지난해의 묵은 때를 버리고 반성해 앞으로의 활기찬 계획을 설계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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