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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 김정일 3주기 추도행사…간부도 주민도 꽁꽁얼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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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최대 한파가 몰아친 17일 평양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 추도행사가 야외에서 열렸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4시 추도행사를 녹화중계(실제 행사는 오전 개최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이 보관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 광장에서 열린 행사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노동당, 군부의 핵심 간부들이 참석했다. 또 평양 시내 주민과 노동자, 군인, 학생 수만명도 동원됐다.

행사장에는 눈보라가 간간히 날렸고, 강풍 때문에 깃발과 플래카드가 어수선하게 흔들렸다. 첫 순서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추도사가 20분 이상 이어지면서 손과 입이 얼어 제대로 발음을 못하고, 연설 원고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이 때문에 옆에 선 간부들이 챙겨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의 경우 연설 도중 고개를 들지 못했고, 김기남 비서가 옆에서서 원고를 잡아주기도했다.
검은색 롱코트에 털모자를 쓴 김정은 제1위원장도 추위 때문에 얼굴과 귀가 빨개지고 몸도 구부린 모습을 보였다. 김 제1위원장은 연설자들을 쳐다보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기도했다.

광장에 운집한 주민과 군인들도 강추위 때문인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TV화면에 드러났다. 행사 내내 꼿꼿하게 서있던 과거와 달리 발을 구르며 좌우로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인파행렬이 크게 일렁이는것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행사 중계는 1시간 10분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상당부분 편집됐다는 점에서 실제 행사는 이것보다 길게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박사는 "김정은 참석 행사의 경우 주민들을 3~4시간 정도 먼저 정렬시키기 때문에 주민들은 무척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평양의 날씨는 최저 영하 15도, 최고 영하 10도였으며 강풍 때문에 체감온도를 훨씬 낮았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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