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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고인돌·석관묘 … 대구 진천동은 선사 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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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진천동 지석묘 소공원 모습. [사진 달서구청]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빌라촌 사이에 조그마한 공원이 하나 있다. 하지만 여느 공원과는 다른 모습이다. 중앙에 직사각형 모양의 흙으로 돋운 큼직한 터가 보인다. 한가운데에는 바위가 하나 놓여 있다. 높이 210㎝, 폭 110㎝, 두께 47㎝. 평범해 보이는 바위는 청동기인이 세운 입석(선돌)이다. 오른쪽 윗부분에는 6개의 성혈(性穴·홈구멍)이, 옆에는 동심원이 그려져 있다.

 선돌 주변에는 석관묘 5기와 무문토기·적색마연토기도 발견됐다. 지표면에서 70㎝ 높이에 조성된 직사각형의 터는 제단으로 추정되고 있다. 달서구는 이곳을 정비해 ‘선사유적공원’으로 이름 붙였다. 문화해설사 이수지(41)씨는 “제단에 설치된 선돌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주변 부족이 제의를 지낸 곳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학술적 가치를 인정해 1998년 이를 사적 제411호로 지정했다.

 선사유적공원 등 달서구의 선사유적지 네 곳이 어린이 역사 학습장으로 꾸며진다. 선사시대인 석기·청동기시대 사람들이 선돌을 어떻게 운반했는지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구청 측은 역사에 관심 있는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선사시대로’다.

 구청 측은 이를 위해 선사유적공원에 체험장을 설치한다. 선돌 옆 빈터에 유물 발굴과 선돌 운반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 호미로 땅을 파고 붓으로 쓸며 땅속의 유물을 찾는 식이다. 땅에 통나무를 깔고 그 위에 돌을 올려 옮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이곳에서 5분 거리의 ‘지석묘 소공원’은 내년 3월께 발굴한다. 지석묘(고인돌)를 들어내고 아래에 있는 무덤을 조사한다. 발굴을 마치면 현장에 발굴 모습을 재현하는 코너를 만든다.

 또 마제 석검이 출토된 대천동의 한샘공원(청동기)과 월성동의 조암공원(구석기)에는 선사시대 사람의 생활상과 출토 유물을 설명하는 안내 표지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나온 유물은 경북대박물관과 국립대구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김철균 달서구 문화관광팀장은 “선사시대로를 내년 4월까지 정비한 뒤 일반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달서구는 선사유적의 보고로 꼽힌다. 대덕산에서 시작해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진천천의 삼각주 지역인 진천·월성·상인·대천동 등지에 선사인이 집단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 이 일대 47곳에서 선돌·고인돌·석관묘 등이 발견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이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바뀌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진천동의 지석묘 소공원에는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1998년 당시 황대현 달서구청장이 200㎡를 사들여 현재까지 보존할 수 있게 됐다.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선사유적지가 어린이와 주민·관광객에게 고대 역사를 가르치는 좋은 교육장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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