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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 올 1만6869건 … "남 안 하는 아이템 해야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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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뉴욕 월스트리트에 자리 잡은 창업 인큐베이션 센터 ‘위워크 랩스’에서는 한국어로 인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재 15개의 한국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동영상 영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하는 ‘서브커뮨’의 구민규(35) 대표도 이곳에 터를 잡았다.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 근무하다 창업을 결심한 그는 특별한 기반 없이 투자 유치를 위해 뉴욕 월가에 뛰어들었다. 구 대표는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확실하다면 해외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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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창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16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신설법인 가운데 39세 이하가 설립한 회사는 1만6869곳으로 지난해보다 4.7% 증가했다. 대학교 창업 동아리 수도 지난해 1833개에서 올해 4월 현재 2949개로 60.9% 늘었다. 벤처 1세대·창업기관 등의 멘토링·자금지원이 활발해지면서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한 청년위원장은 “수치상으로는 50대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이 더 많지만 이들은 ‘생계형’이 대부분”이라며 “기술과 아이디어로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혁신형 창업’은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페리 최인석(26) 대표는 지난해 3월 성균관대에 휴학계를 낸 뒤 5명과 함께 창업했다. 화장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한 뒤, 우편 발송한 초대장을 가지고 백화점·브랜드숍에서 상품을 받게 한다. 화장품을 직접 테스트해보고 싶어하는 여성의 심리를 간파했다. 그는 군복무 중 기업가의 전기를 읽으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최 대표는 “그들은 실천을 했는데, 나는 말만 앞섰다”며 “화장품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날마다 여성잡지를 읽고, 뷰티 블로거들과 만났다”고 설명했다.

 고교생도 야심 찬 사업가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황승하(17·안산 양지고 2)군은 지난해 앱·공익광고·홈페이지 등을 제작하는 ‘AVN그래픽’을 열었다. 그는 “학생이 창업을 한다고 하면 ‘철이 없다’며 폄훼하는 시선이 안타깝다”며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하는 데 나이가 중요하진 않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창업 열풍’이 2000년대 초 ‘벤처 붐’ 때보다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한다. 우선 해외 유학파, 글로벌 기업 출신 인재가 유입되면서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스타트업이 많아졌다. KOTRA 뉴욕무역관 조셉 전 변호사는 “뉴욕 내 한인 창업자들의 모임인 KSE의 회원 수는 설립 2년 만에 벌써 300명을 넘었고, 다른 한인 스타트업 네트워크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창업 인프라도 개선됐다. 서울 테헤란로·광화문·구로디지털단지, 경기도 판교 등의 주요 창업 인큐베이션 센터에선 창업가 간의 교류, 창업 선배들의 강연, 투자자와의 상담 행사 등이 하루에도 10여 건씩 열린다. 벤처 창업만 전문으로 다루는 인터넷 방송도 생겼다.

 인터넷·스마트폰이 일상화되기 전에는 창업을 하려면 최소한의 공간과 시설이 필요했다. 그러나 요즘엔 책상 하나,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된다. 단국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디피 김형준(25) 대표는 지난해 6월 혼자서 서비스디자인 플랫폼 회사를 창업했다. 주로 학생인 아마추어 디자이너들과 기업을 연결해 기업이미지(CI)·디자인·광고 등을 제작하는 데 다리를 놓아준다. 디자이너는 경력을 쌓고, 기업은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제작물을 얻을 수 있다. 사업이 커지면서 지금은 직원 7명을 둔 번듯한 스타트업이 됐다.

 물론 의욕만 앞선 ‘묻지마식 창업’에 나섰다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카드생활 앱 등을 제작하는 인조이웍스 이용인(37) 대표는 “창업을 지원해주는 지원 센터를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창업 아이템 선정도 신경 써야 한다. 요즘 창업은 앱·게임을 베껴 만들거나 반짝 유행을 타는 일회성 아이템이 대부분이다. 김치나인 홍주열(37) 대표는 “유행을 따라가지 말고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시야를 넓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청년위에 따르면 41%의 청년들이 첫 취업을 위해 1년 이상의 기간을 소비한다. 지난해 8월 경북대 재학 중 웹 제작 회사를 창업한 미텔슈탄트 조동인(25) 대표는 “내가 직접 회사를 크게 키우면 그게 바로 대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손해용·이현택·채윤경·김영민, 뉴욕=중앙데일리 송수현 기자 hysoh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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