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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수요일] 야근 잦은 신입사원은 배달앱 … 새차 뽑으면 '김기사' 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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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스마트폰은 청춘의 눈입니다. 청춘 세대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세상사를 들여다봅니다.

스마트폰은 청춘의 손입니다. 20~30대 청춘 남녀는 스마트폰을 터치해 취업 공부를 하고 회사 업무를 처리합니다.

스마트폰은 청춘의 입입니다. 2030 세대는 입을 열어 말하는 대신에 스마트폰 자판을 터치해 소통합니다.

 그러므로 스마트폰은 우리 시대 청춘의 얼굴입니다. 누군가의 스마트폰 첫 화면은 그 혹은 그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청춘리포트팀은 20~30대 남녀 50명의 스마트폰 첫 화면을 들여다봤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우리 시대 청춘이 살아내고 있는 삶의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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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분. KT경영경제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2014년 9월 기준, 음성 통화 제외)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30대가 250분으로 2030 세대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가장 길었다. 젊은 세대들이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스마트폰은 필수품을 넘어 삶의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다.

 청춘리포트팀이 스마트폰을 자주 이용한다고 밝힌 20~30대 50명의 스마트폰 첫 화면을 받아 분석해봤다. 보통 스마트폰 첫 화면에는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둔다. 이를테면 스마트폰 첫 화면은 어떤 사람의 삶의 패턴을 보여 주는 창이라고 할 만하다. 스마트폰 첫 화면에 담긴 우리 시대 청춘들의 삶의 표정은 어떤 모습일까.

 청춘 세대의 스마트폰 첫 화면은 싱싱하면서도 고단한 청춘의 민낯과 그대로 닮아있었다. 대다수 2030 세대의 스마트폰 첫 화면은 ‘카페(카카오톡+페이스북)’로 구성돼 있었다. 50명 가운데 48명이 카카오톡을 첫 화면에 깔아뒀고, 페이스북을 배치해놓은 이는 21명이었다.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요즘 청춘의 모습이 축약된 풍경이었다.

 조성호(26·회사원)씨는 “페이스북으로 지인들의 근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는 시간이 전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의 절반은 되는 것 같다”며 “취직하면 친구들과 멀어진다는 건 다 옛말”이라고 말했다.

 나이나 현재 신분에 따라 첫 화면의 유형은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20대 초반 여대생들의 첫 화면은 예쁘고 발랄한 그들의 모습을 꼭 닮았다. 20대 여대생 응답자 11명의 바탕화면은 금발 모델의 사진이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사진들이 채웠다. 이들은 자주 쓰는 앱이나 비슷한 종류의 앱을 모아 폴더로 만들어 깔끔하게 정리해뒀다. 몇몇은 폴더 이름에 이모티콘이나 ‘♡’ 같은 기호를 붙여두기도 했다. 메신저와 포털 이외에도 대부분 카메라 앱들을 모아놓은 폴더를 따로 만들어둔 것도 공통점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페이스북 대신 사진을 기반으로 한 ‘인스타그램’을 자주 썼다. 김진선(21·여)씨는 “친구들과 놀러 다니며 찾은 맛집과 음식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 앱이 많다”고 말했다. 정수연(24·여)씨도 “페이스북에선 교수님과 부모님도 친구로 맺어져 있지만 인스타그램은 아직 주된 사용자 층이 20~30대로 ‘또래 SNS’ 느낌이라 더 편하다”고 했다.

 취업준비생들의 첫 화면에선 취업에 대한 절박함이 절절하게 읽혔다. 취업준비생 9명의 첫 화면은 모두 취업 준비와 관련된 앱들이 채우고 있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는 양윤화(24·여)씨의 첫 화면 왼쪽엔 취업을 위해 해야 할 ‘할 일 목록(To-do List)’이 가득했다. 오른쪽에 깔린 5개 앱 중 3개는 취업과 관련된 카페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앱이었다. 군데군데 사야 할 화장품 목록도 눈에 띄었다. 양씨는 “취업할 기업에 맞춰 화장법을 달리 해야 하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많이 모이는 뷰티 카페 앱도 자주 사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취준생 송석보(26)씨의 첫 화면엔 ‘주식 플러스’ 등 주식 관련 앱이 가득했다. 송씨는 “증권사에 취업하려면 주식을 실시간으로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첫 화면을 관련 앱들로 채웠다”고 말했다.

 갓 취업에 성공한 신입사원들은 ‘은행’과 ‘내비게이션’ 앱을 첫 화면에 많이 깔아뒀다. 올여름 한 기업에 입사한 최은진(26·여)씨는 “입사를 하고 난 뒤 갑자기 부조나 회비를 전달해줄 일이 많아졌는데, 잊어버리지 않으려면 그때그때 송금할 수 있는 스마트폰 뱅킹이 필수”라고 말했다. 첫 월급을 타고 새 차를 뽑은 ‘신입 오빠’들의 필수 앱은 ‘김기사’다.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앱이다. 올 초 한 대기업에 입사한 신승철(29)씨는 “스트레스를 풀러 주말마다 경기도 하남 같은 교외로 나가다 보니 내비게이션 앱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씨의 스마트폰 첫 화면엔 배달 앱도 깔려 있었다. 그는 “평소에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밤 9시를 훌쩍 넘길 때가 많아 배달 음식만 먹고 산다. 퇴근길 40분 동안 배달 앱을 보며 저녁을 고르는 게 주 중 일과”라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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