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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보다가 전화 한 통 … 16만원이면 내 손목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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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사진 왼쪽부터 보석 느낌이 나는 테두리 디자인을 갖춘 기어 S의 기본 화면, 스마트폰 대신 기어 S만으로 전화를 받는 모습, 기어 S를 통해 달린 거리와 칼로리 소모량, 러닝 시간 등을 체크하는 모습, 기어 S로 음악 선곡과 볼륨 크기 등을 조절하는 모습. [강정현 기자]

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제임스 본드처럼 시계만으로 전화를 받을 수 없을까. 삼성전자의 스마트시계 ‘기어 S’라면 가능하다.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시계 중에선 처음으로 ‘기어 S’는 자체 통화 기능을 갖췄다. 기존 휴대전화 번호 외에 기어S 전용 휴대전화 번호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1주일 간 사무실·조깅·지하철 등에서 사용해 본 기어 S는 실용성 못지 않게 재미, 실험성도 함께 추구한 ‘어른 장난감’으로 느껴졌다. 3G와 와이파이 통신이 가능하도록 유심(U-SIM) 칩을 탑재했고, 2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실험적인 성격도 가미했다.

 자체 통화 기능때문에 복잡한 지하철에서 굳이 스마트폰을 꺼내들 필요가 없게 된 게 맘에 들었다. 천(·), 지(ㅡ), 인(ㅣ) 등 모음 3개를 조합해 모든 모음을 표현하는 ‘천지인 키보드’로 문자 전송도 쉽게 할 수 있었다. 이동통신사를 통해 ‘착신전환 서비스’를 신청하면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밖으로 조깅을 나가도 스마트폰으로 온 전화를 기어S로 받을 수 있다. 또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기존 스마트폰과도 자유롭게 연동할 수 있다.

 작동법은 ‘손목 위의 갤럭시노트’라는 별칭답게 갤럭시 스마트폰과 매우 비슷했다. 화면 하단에 있는 홈 버튼만 누르면 기기를 켜거나 끌 수 있다. 홈 버튼을 두번 누르면 음성인식 기능 ‘S보이스’를 활용해 문자 입력도 가능하다. 화면을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올리면 전화·연락처·메시지 등 최근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앱) 목록이 나왔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밀면 음악이나 헬스 앱인 S헬스·스케줄·뉴스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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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어 S만으로 할 수 있는 앱도 예상보다 많았다. 삼성이 자체 제작한 앱뿐만 아니라 나이키·BMW 등 서드파티(독립 개발자) 업체들이 만든 앱이 눈에 띄었다. 앱은 타이젠 운영체제(OS) 기반 ‘기어 매니저’에서 설치가 가능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조사가 혼자서 디바이스를 만들고, 앱까지 다 만들려는 건 옛날 방법”이라면서 “웨어러블 기기가 대중성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나이키 플러스 러닝은 GPS 기반으로 정확한 운동 거리와 운동 경로, 속도(페이스)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이다. 서울 중계동에서부터 중랑천을 따라서 몇 ㎞를 뛰었는지, 평균 몇 ㎞/h 상태에서 달렸는지, 심박수는 어느 정도였는지 모두 체크가 가능했다. 물론 이같은 피트니스 기능은 삼성 S헬스에서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삼성이 제공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도 이용하는데 제약이 없었다. 월 8000원, 1만원 요금제에 가입하기만 하면 이통사들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어 매니저를 사용하면 스마트폰에 저장한 음원 파일도 기어 S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소비자를 배려하는 ‘소소한’ 기능들도 있다. ‘내 디바이스 찾기’ 앱을 실행하면 스마트폰에서 즉각적으로 벨소리가 나 스마트폰을 어디 뒀는지 모를 때도 찾기가 쉬워진다. 배터리는 밤새 충전한 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사용했는데 잔여량은 57%였다.

 가격은 이전 기기들과 비교해 볼 때 비교적 ‘착한’ 편이다. 기어S는 지원금을 최대 12만7250원(SK텔레콤 기준)까지 받을 수 있어 16만원 선에 구매할 수 있다. 또 다른 스마트시계인 ‘G워치R’(35만2000원)과 비교하면 가격 부담을 상당히 낮춘 셈이다. 유심칩을 장착한 덕분에 이통사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장벽’을 낮추고자 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역시 2인치에 달하는 커다란 화면 크기다. 기어 S를 차고 주위 여성들에게 보여줬더니 “사용하기 버겁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많았다. 제품 크기에 맞춘 우레탄 소재 시계줄도 디자인 컨셉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김영민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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