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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로 아토피 치료? 힘들지만 현재진행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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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위대한 식품인 김치의 효능을 한국인이 연구해서 제대로 밝혀놓지 않으면 조상들에게 누를 끼치는 행위’란 대학 은사(한홍의 전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의 말씀을 가슴에 늘 새기고 다녔다.”

최근 ‘CJ제일제당 올해의 어워즈’를 받은 이 회사 식품연구소 발효식품센터 김봉준(41·사진) 박사는 ‘한국의 메치니코프’(유산균의 효능을 밝힌 러시아 학자)를 꿈꾼다.

그가 김치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98년 대학원(인하대)에서 김치 유산균을 전공하면서부터다. 그 후 16년간 그는 김치 유산균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200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뒤에도 김치를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난치병인 아토피성 피부염을 김치 유산균으로 치료해보겠다며 회사 대표를 설득한 것도 2006년 6월로 갓 신입을 벗어난 때였다.

“김치가 면역력을 높인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기에 아토피 치료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아토피를 약이 아닌 김치란 식품을 통해 낫도록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 1년에 4억∼5억원을 쓰겠다고 했으니 내부 반응은 싸늘했다. 설령 아토피 치료를 돕는 유산균을 찾아내 그 효과가 입증되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를 받기가 매우 힘들다는 이유였다. 김치에서 아토피 증상 완화를 돕는 유산균을 찾아 헤맨 지 2년째. 그의 집에서 연구의 첫 실마리가 풀렸다. 당시 아토피에 걸려있던 3살짜리 아들에 유산균을 먹였는데 이게 효과를 본 것이다.

그가 찾아낸 유산균의 효과와 부작용을 밝히는 연구가 2010년 7월부터 삼성서울병원·중앙대병원 등에서 이뤄졌다. 심하지 않은 아토피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돼 국제 학술지에 실렸고 지난해엔 식약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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