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아산, 생체 간이식 국내 첫 시행 후 5년 생존율 90.6%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체 간이식 수술이 성공한 지 20년이 지났다. 1994년 12월 8일 선천성 담도 폐쇄증을 앓던 생후 9개월의 아기가 아버지로부터 간을 이식받은 것이 최초였다.

이 아기는 21살의 건강한 대학생으로 성장했다. 이후 간이식은 발전을 거듭해 장기 생존율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말기 간질환 최고의 치료법으로 완전히 정착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국내 최초 생체 간이식 20주년을 맞아 94년부터 최근 20년간 간이식을 받은 소아 환자 280명의 이식 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1년과 5년 후 생존율이 각각 94.9%, 90.6%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생존한 환자도 86.9%인 243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측은 간이식 치료가 장기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본격적 궤도에 올랐다고 밝혔다.

10년 생존자 243명의 건강 상태를 살펴본 결과, 재이식은 2건에 불과했고, 신장 기능의 저하를 보인 환자는 7%, 고지혈증 발생은 단 2.5%에 그쳤다. 심리적인 불안정과 심각한 학습장애를 보인 환자는 전혀 없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황신 소장은 “생후 1년 미만의 영아에게 간이식을 시행한다고 하면 부모들이 잘 살 수 있겠냐며 의문을 갖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의 소아 간이식 환자 중 현재 20년 생존자는 2명, 내년이면 4명, 내후년이면 7명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식 후 관리만 잘 하면 20~30년을 넘어 평생을 살 수 있다"며 "간이식은 더 이상 생존율의 문제가 아니라 평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치료법으로 확립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현재 생체 간이식 세계 최다 경험(3713례)과 최고 생존율(1년・97%)을 기록하고 있다.

소아 간이식 성적이 안정기를 찾은 2003년 전후를 비교해 보면, 환자 생존율은 수술 후 1년은 86.4%에서 95.4%로, 5년은 79.5%에서 95.4%로 늘었다. 특히 2003년 이후 10년 생존율은 91.1%다.

세계 유명 소아간이식 센터들의 생존율(1년・90%, 5년・85%)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세계 의사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미국 의학 커뮤니티 ‘업투데이트’(UpToDate)에서도 대표적 성공 수술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이번 분석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급성 간부전으로 이식 받은 소아 환자의 생존율이 매우 높아진 점이다.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간 기능이 갑자기 저하되는 급성간부전은 발병 후 3주 이내 사망률이 약 8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질병이다.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지만 이식 후 생존율이 60% 정도로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간이식 중환자 전문팀의 이식 후 집중치료와 환자 관리의 경험 축적 등을 바탕으로 88%라는 매우 높은 생존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간이식학회에도 보고된 바, 현재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은 급성 간부전 소아를 서울아산병원으로 바로 이송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소아일반과 김경모 교수는 향상된 장기 생존율 성과에 대해 수술 기법의 발전과 수술 전후 관리 향상을 첫 번째 요인으로 꼽으며, 간이식외과 및 소아외과, 소아일반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유기적 협진 시스템 구축이 그 바탕이 되었다고 했다.

또한 김 교수는 2003년 이후로 새로운 검사기법 등을 도입해 고질적인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 및 조기 치료 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요인이라고 전했으며, “현재 간에서 일어나는 부산물로 인해 장기가 손상되는 윌슨병 같은 대사성 질환에 대한 이식 후 생존율도 높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메틸말론산혈증과 같은 간외 대사성 질환에도 간이식 확장을 통해 희귀난치성 질환을 겪고 있는 환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다양하고 어려운 성인 간이식 수술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소아 간이식에 적용해 수술 시 문제점과 합병증은 거의 없다”며 “기증자 간의 좌외측구역 절제로 아기에게 꼭 맞는 축소 간을 이식하고 있으며, 간정맥과 문맥 등의 혈관을 연결할 때도 녹는 실을 사용해 성장하면서 혈관이 커지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1994년 12월 국내최초의 생체 간이식 성공, 1999년 1월 세계 최초의 변형 우엽 간이식 성공, 2000년 3월 세계 최초의 2대1 간이식 성공, 2011년 403건의 연 세계 최다 간이식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100명이 넘는 해외 의학자들이 간이식 수술법을 전수받으러 병원을 찾는 등 세계 간이식 수술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기기사]

·코웨이, 정수기 코디 실수로 집안 침수 후 '잠수' 타 [2014/12/15] 
·여성 10명 중 3명 HPV 감염 … 방치하면 자궁경부암 키운다 [2014/12/15] 
·오징어·조개에 풍부한 타우린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기대 [2014/12/15] 
·[빅메디포럼]의료관광 특화 전략 A to Z [2014/12/15] 
·서울 한의사들 “의료영리화, 의료비 상승은 자명한 일” [2014/12/15]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