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지만 미행설' 첫 언급한 여권 인사 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지만 EG 회장이 15일 오후 청와대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 참고인 자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강정현 기자]

정윤회(59)씨와 박지만(56) EG 회장 간의 권력암투설은 시사저널이 지난 3월 “박 회장이 지난해 12월 자신을 미행하던 오토바이 기사를 붙잡아 ‘정윤회씨가 지시했다’는 자술서를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그런데 박 회장이 15일 “나를 미행하다가 붙잡혔다는 오토바이 기사의 자술서는 없다”고 검찰에서 진술하면서 이 사건 수사가 중대 변곡점을 맞고 있다. 문제의 자술서는 그동안 정씨가 용역업체 직원인 오토바이 기사를 시켜 박 회장을 미행한 결정적 증거로 여겨져 왔다. 이로써 미행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정씨 주장의 설득력이 커지게 됐다.

 박 회장은 누나인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씨의 ‘미행설’ 보도를 기점으로 정씨 및 ‘청와대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과의 권력암투설에 휘말려들었다. 지난달 말 ‘정윤회 동향 문건’이 공개된 이후에는 ‘십상시(十常侍) 모임’과 자신과 가까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중심의 ‘7인회’가 대리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의혹이 확산됐다.

 박 회장은 이날 자신을 둘러싼 핵심 의혹인 미행설과 청와대 문건 유출 연루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11층 조사실에서 형사1부 검사와 특수2부 검사에게 동시에 조사를 받았다. 앞서 정씨는 미행설과 관련해 지난 10일 검찰 조사에서 “민정수석실(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박관천 경정)이 조작한 허위 정보와 문건 때문에 박 회장이 오해를 하게 됐다”며 “박 회장, 미행했다는 오토바이 기사와 3자 대질을 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정씨는 특히 미행설 보도가 난 직후 박 회장 집으로 찾아가 "자술서를 보여 달라”고 했으나 박 회장이 "나중에 보여주겠다”고 한 뒤 소식이 없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날 검찰에서 “시사저널에 보도된 것 같은 자술서는 갖고 있지 않다”고 진술했다. 박 회장이 자술서가 없다고 진술함에 따라 ▶미행이 실제 실행된 것인지 ▶만약 실체가 없는 것이라면 미행설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가 의문으로 남게 됐다.

검찰은 시사저널 기사에 미행설을 처음으로 언급했다고 등장하는 여권 인사 등을 추적 조사할 방침이다. 미행설 유포 경위에 대해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게 된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박 회장 미행설 관련 내사보고서가 존재하는지와 박 회장과 가족들이 미행당했음을 입증할 다른 자료가 있는지 등도 계속 조사키로 했다.

 박 회장은 또 ‘정윤회 동향 문건’ 및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선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이며 정씨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바도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고 한다. 또 조응천 전 비서관이 자신의 비서 출신 전모씨 등과 ‘7인회’를 만들어 ‘정윤회 동향 문건’ 작성 및 유출 과정을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런 모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박 회장이 지난 5월 중순 세계일보 조모 기자와 만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 동향 문건을 포함해 친인척·측근 인사들의 의혹이 담긴 문건 100여 쪽을 넘겨받은 과정도 조사했다. 박 회장은 “내가 직접 청와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이나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문건 유출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조 전 비서관이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글=정효식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