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열린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소비자 불만만 키운 반쪽 행사로 끝났다. 미국 유통업계의 최대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뜬 이 행사는 시작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11번가·롯데닷컴·갤러리아몰 등 국내 대표 온라인몰 10곳이 참여해 ‘대한민국이 반값 되는 날’이란 문구를 내걸고 유명 상품을 최대 70%까지 깎아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반값 할인’은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11번가는 오전 9시 고가 패딩점퍼인 캐나다구스를 50% 할인 판매했지만 준비한 수량은 고작 36벌이었다. 6분48초 만에 품절됐다. 폴스미스 목도리 101개는 2분53초 만에 매진됐다. 할인 판매가 시작되고 2~3분 만에 품절되는 일이 하루 종일 되풀이됐다. CJ몰 등 몇몇 업체는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 한동안 홈페이지에 접속조차 할 수 없었다. 한 쇼핑몰이 15만 개를 발행했다고 자랑한 ‘전 품목 50% 할인 쿠폰’은 최대 할인액이 1만원이어서 ‘속았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고객이 많았다. 그럼에도 행사 후 해당 업체들은 자랑만 늘어놓았다. 거래액이 당초 예상한 1000억원을 훨씬 넘는 1500억원이라며 성공작이었다고 자평했다. 소비자 불편·불만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소비의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기업이 독점해 소비자로부터 중간 이익을 취했던 국제 무역 구조는 큰 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 개개의 소비자가 동의하지 않는 수준의 중간이익을 취하는 유통 기업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그게 현실로 입증된 게 이번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때 나타난 국내 소비자의 해외직구 열풍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한국판 블프’가 고작 이 수준이란 게 될 말인가. 그래 놓고 내년에도 또 이런 행사를 열겠다는 말이 나오나. 물론 올해 처음 연 행사가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일회성 행사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파는 유통업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소비자는 한 번 속아 문 미끼에 계속 입질하는 붕어가 아니다. 하물며 세계 최고의 똑똑한 소비를 자랑하는 한국 소비자들임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