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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신화도 찾아보기 힘들어 … 삼성 '명예의 전당' 19년째 강진구 전 회장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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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샐러리맨 신화가 사라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엔 ‘명예의 전당’이 있다. 삼성이 임직원들에게 ‘최고 예우’를 해주기 위해 1995년에 만든 장소다. 이곳에 흉상과 함께 이름이 걸려있는 사람은 단 한 명. 강진구(87·사진) 전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곳에 이름이 오르면 퇴직 당시 급여의 70%를 받고, 헌액자가 사망한 후에도 배우자에게 50%의 급여가 돌아간다. 명예의 전당 헌액은 삼성에 근무하는 샐러리맨이 꿈꿀 수 있는 최고의 성공인 셈이다.

 하지만 강 전 회장 이래 19년째 이곳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없다. 삼성 관계자는 14일 “삼성 창립이래 200여 명의 전문경영인을 배출했지만 단 한 명도 헌액되지 못했다”며 “그만큼 헌액이 어렵고, 그 사이 ‘신화’로 거론될 만한 경영자가 없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전문경영인으로 회사 발전에 공을 세우거나, 삼성이 매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재직 중 2회 수상하면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다.

 샐러리맨 신화의 몰락은 삼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원으로 시작해 대기업 오너 자리까지 올라갔던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은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백과사전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웅진그룹을 일군 윤석금(69) 웅진 회장도 실형 선고를 받았다. 박현주(57)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최현만(53) 미래에셋금융그룹 수석부회장을 제외하곤 금융권에선 샐러리맨에서 출발한 최고경영자(CEO)는 찾아보기 어렵다.

 재계는 ‘스타 CEO’의 부재를 도전정신의 약화로 풀이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글로벌화로 과거보다 시장이 넓어지면서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데 반해 이들의 도전정신이 약해지면서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가는 경영자를 보기 힘들어졌다”고 평했다.

 재임 시절 이름을 떨쳤던 전문경영인 가운데 다시 기업으로 돌아온 경우도 많지 않다.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내놨던 황창규(61) 전 삼성전자 사장이 올 초 KT 회장을 맡고 윤종용(70)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성공을 경험한 전문경영인들은 사회에 기여할 부분이 많은데도 은퇴해 사회와 담을 쌓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중용해 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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