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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수 같은 서울·도쿄대 … 로열티 수입은 24억 vs 63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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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늘의 한국경제를 일군 주역.’ 과거 공과대학에 바쳐졌던 헌사(獻辭)다. 하지만 최근 “현실과 동떨어진 논문위주 연구를 한다” “더 이상 옛날의 공대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과 교육 시스템·환경이 비슷한 일본 대학의 혁신사례를 통해 오늘의 한국 공대 모습을 되돌아 봤다. 국내 대학가에 서서히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도 2회에 걸쳐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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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구치 다카유키(川口卓志·32) 레조닉재팬 대표는 지난 8일 독일 출장에서 돌아왔다. 그의 회사는 3차원 계측 전문 벤처기업이다. 기계 부품 등의 무게중심·관성모멘트(회전하는 물체가 계속 회전하려는 성질의 크기)를 재는 정밀 기술을 갖고 있다. 가와구치 대표는 도쿄공대(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시절 만난 독일인 유학생과 창업했다. 학교의 지원을 받아 2011년 독일 본사(레조닉GmbH), 지난해 일본 자회사(레조닉재팬)를 세웠다. 은사인 오쿠마 마사아키(大熊政明·58) 교수도 동참했다. 그의 회사는 올해 4500만 엔(약 4억159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달 11일 일본 생명공학벤처 펩티드림은 7~9월기(※일본 회계연도는 4월에 시작) 결산보고서를 냈다. 석달간 매출은 1억4100만 엔(약 13억316만원), 순이익은 2100만 엔이었다. 내년 6월까지 1년 매출은 17억2400만 엔, 순익은 3억6700만 엔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상장 때 대비 각각 110%, 147% 성장한 규모다. 이 회사는 2007년 도쿄대 화학과 스가 히로아키(菅裕明) 교수(현재 사외이사)가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했다. 도교대 기술이전조직(TLO)인 도다이(東大)TLO가 특허 출원 등을 담당했고 도쿄대 벤처캐피털(UTEC)이 투자했다.

 상아탑 안에 머물던 일본 대학이 변신하고 있다. 산학연계 ‘원조’인 미국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한국보다는 훨씬 앞섰다는 평가다. 특히 도쿄대·도쿄공대 등 명문 국립대가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도쿄대는 지난해 1055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국제 특허(544건)가 국내 특허(511건)보다 많았다. 기업에 빌려준 특허가 351건, 로열티 수입이 6억8600만 엔(약 63억3521만원)이다. 서울대도 지난해 같은 숫자의 특허를 냈다. 하지만 국내 특허(754건)가 국제 특허(301건)의 두 배 이상 됐다. 기술이전 건수는 104건, 로열티 수입은 24억6000만원에 그쳤다.

 지난달 25일 도쿄대 캠퍼스에서 만난 야마모토 다카후미(山本貴史) 도다이TLO 대표는 “도쿄대 ‘간판’ 덕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모두 직원들이 일일이 기업을 찾아다니며 판로를 개척한 결과”라고 말했다. 도다이TLO의 임직원(25명)은 전원이 민간기업 출신이다. 서울대는 산학협력단 지식재산관리본부에서 기술이전을 담당한다. 임직원 14명 중 7명이 교직원이다. 야마모토 대표는 “한국 대학은 기술수준이 높다. 기업도 일본에 비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기술 이전을 담당하는 ‘키 퍼슨(key person, 핵심 인물)’이 너무 자주 바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한 나조차 어떤 사람을 만나 얘기를 해야할지 모를 정도”라고 했다.

 한국의 KAIST와 흔히 비교되는 도쿄공대는 기업과의 공동연구를 산학연계의 ‘최우선 순위’로 꼽는다. 지난해에만 총 440건의 공동연구를 성사시켜 15억8000만엔(약 146억원)의 연구비를 유치했다. 특허를 출원한 상태에서 기업에 공동연구를 제안해 공동 특허로 바꾼 경우도 있다. 다카하시 히데미 기술이전부문(OIL) 특임교수는 “먼저 기술을 개발한 뒤 일방적으로 기업에 ‘사라’고 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 처음 개발할 때부터 기업과 협력해야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KAIST는 지난해 기업에서 300건이 넘는 수탁과제를 받았지만 공동연구는 한 건도 없었다.

 도쿄공대는 벤처 육성에도 열심이다. 분교가 있는 요코하마에서 8년째 벤처플라자를 운영 중이다. 그간 71개 벤처가 이곳에서 창업을 했고, 현재 레조닉재팬 등 18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레조닉재팬의 가와구치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라 경영 경험이 부족한데, 벤처플라자에서 무료상담을 해 줘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요코하마=김한별 기자,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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