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건축미를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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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독립기념관 건설의 기본 지침이 결정됐다. 아직 마스터플랜의 작성까지는 좀더 기다려봐야 구체적 청사진이 제시되겠지만 과연 어떤 모습으로 국민의 정성이 눈앞에 실현될지 궁금한 일이다.
우선 건립 추진위의 구상은 기념관으로의 진입 부분, 상징적인 조형물, 기념 광장, 전시관, 연구 시설, 공원. 교육 위탁 시설 등 7개 분야로 대지 이용 계획을 짜놓고 있다.
또 핵심이 될 전시관은 15개로 나누어 민족 전통 문화에서 광복 운동까지 우리 민족의 영광과 수난을 함께 전시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런 계획은 어디까지나 기본 지침으로 전문가들의 자문 여하에 따라 그 내용과 질에 융통성을 두고 있다.
우리가 누차 관심을 표명하기로는 우선 건축물의 양식이 우리의 전통적 건축미와 조화를 이루는 「한국적」인 것이 되어야겠다는 것과 전시관에 담겨질 역사 자료가 충실해야 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념관 전체를 둘러싼 분위기가 경건하고 민족적 취향에 맞아야 영구한 민족 교육의 도장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아울러 지적하고 싶다.
독립기념관 건설의 의의는 익히 알다시피 수난을 감수해야했던 민족의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의 발전을 기약하자는 것이다. 건축물에서부터 전시 자료까지 별 감동을 주지 못하는 기념관은 오히려 국민의 기대를 배반할 수도 있다. 따라서 건립 추진위는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스터플랜의 작성 때까지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일을 마무리 짓도록 권하고 싶다.
특히 위락 지대가 기념관 권내에 설치되느냐의 여부는 기념관의 성격이나 분위기 조성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 본다.
바라는 바로는 되도록 전시관과 멀리 떨어진 권외에 설치함으로써 민족 정신 함양의 도장으로서 장엄한 분위기를 다하도록 권하고 싶다.
과연 한국의 전통미를 살리는 건축 양식이 무엇이냐에 대해선 상당한 논의가 있으리라 본다. 또 당연히 토론 끝에 결정되기를 기대한다. 한때 부여 박물관이 건축 후에 일본 양식과 흡사하다는 논란이 있은 것처럼 우리 고유의 미를 살리는 문제는 적지 않게 어려운 작업이라 본다.
물론 건축의 문제는 마스터플랜이 작성된 뒤라도 시간을 두고 공개 토의에 붙여질 전망이긴 하나 민족 얼의 상징이 될 건물이라는 점에서 지금부터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쪼록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걸작품이 탄생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기본 지침에도 강조됐듯이 독립기념관 전체 부지와 주변 환경과의 조화는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과거 우리의 전통적 건축물이 산세 지세와 기막힌 조화를 이루어 어떤 곳은 건축물 자체보다 주변 환경의 경관에 경탄을 금할 수 없는 것도 많았다. 민족의 지혜를 모아 건설하는 기념관인 만큼 이점도 과거의 건축물보다 뛰어나면 뛰어나야지 절대로 뒤떨어지지는 말아야겠다.
이 모든 과제를 수용하려면 건설 일정을 융통성 있게 잡도록 권하고 싶다. 꼭 어떤 시일에 맞추어 완공하려면 뜻밖의 졸작이 나올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요컨대 기념관에 너무 잡다한 요소를 담으려다 질보다 형식에 치우치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이며 명칭, 고유 건축미, 전시 내용물 등 논란이 될만한 대목은 과감하게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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