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운용의 유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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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졸업 정원제가 적용되는 것 단계에서 문교부와 대학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서울대가 졸업 정원제의 첫 적용을 받는 현재의 2학년 학생 중 내년 3월 3학년 진급 때 탈락될 처지에 있는 학생들을 학칙의 유연한 적용으로 구제하려는데 대해 문교부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나섰다.
학제의 유연한 적용으로 학생들을 구제하려는 서울대학 당국의 처사나 기왕 정해놓은 원칙을 원칙대로 믿고 가겠다는 문교부의 소신은 물론 각각 일리가 있다.
그것은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생각이요 태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는 되도록 풀어가고 말썽은 가능한 한 줄여 가는 것이 좋다는 평범한 진리에 근거해서 우리의 견해를 밝히고 싶다.
하나는 졸업정원제의 적용이 유연하면 유연할수록 우리 사회에 줄 위격이 훨씬 가벼워지리라는 기대다.
졸업정원제 실시 당초부터 이미 거론된 것이지만 대학의 정원은 엄청나게 늘려놓고 그보다 더 많은 학생들을 뽑아 학년마다 학생들을 탈락시키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사실상 재수생문제를 해소한다는데 가장 큰 목표가 있다.
재수생 문제가 낳는 사회불안의 요소가 너무도 심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졸업정원제를 통한 탈락을 강행하려고 하는 순간에 와서 생각하면 중도 탈락의 문제 역시 사회불부안의 요인이 아닐 수가 없다. 어느 면에서 졸업정원제는 재수생 문제의 천연방법은 될지언정 근본대책은 못된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만큼 학교의 재량에 따라 큰 무리 없이 그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정부가 억제한다면 결코 현명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둘째로 졸업정원 제도를 창안한 주체가 문교부지만 그 집행은 어디까지나 대학의 자율에 맡겨두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우리 문교항정의 큰 문제들은 주로 정부가 간섭하지 않아도 될 일에 일일히 끼어 들어서 생긴 문제들이다.
정부가 제도나 원칙을 정했으면 점찮게 그 수행만 감시할 일이지 사정이 다르고 문제가 다른 모든 학교들의 문제를 일률적으로 해결하려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더우기 지금은 정부 자신이 모든 분야에서 자율성을 내세우고 있는 단계가 아닌가.
대학이 자신의 학칙에 따라 무리 없이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에 정부는 오히려 협조해야 옮다.
세째로 문제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매일 얼굴을 맞대고 학생들을 교육·지도하는 책임은 1차적으로 학교 당국에 있다. 교수들이 애정을 가지고 학생의 문제들을 해소하는 노력을 할 수 없고 그들을 선도할 수 없다면 그것은 대학사회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사망을 가지고 문제를 해소하는 쪽이 징벌로 다스리는 것보다 훨씬 정당성도 있고 인간적임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문교부는 대학교육을「적성에 따른 교육」을 하며 인기학과에 학생이 물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졸업정원제의 완강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학생을 구제하는 방안이 적성을 무시한다거나 학생의 의사를 무시하는 방안이 아닌을 상기하게 된다.
대학 측은 적성 혹은 취미에 맞지 않는 재학생이 2학년을 수료한 뒤 다른 단과 대학이나 학과로 전과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학칙을 조금 융통성 있게 적용할 뿐인 것이다.
서울대 측의 방침은 오히려 전체적으로 재적학생들이 졸업정원에 미달될 뿐 아니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을 학과의 정원 밖이라고 탈락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특수성을 잘 조화 시키려하고 있다. 탈락대상 학생은 타 대학이나 타 과에 옮겨줄 경우 우등을 할 수도 있는 실력을 갖는 경우도 실제로 있다.
더우기 현행 대학제도는 타교편입의 길조차 막고 있는 제도부비마저 있다.
이런 불 합리를 그대로 둔 채 문교 당국이 반드시 정당하다고 할 수 없는 제도의 경직된 적용만을 강요한다는 것은 결코 온당한 일이 아니라고 하겠다.
이는 또 단지 문교부와 서울대학 사이의 문제만도 아니라는 점에서 당국의 이성회복을 통한 아량과 선의를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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