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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지정 조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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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근교에는 명산이 많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등 서울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에 올라본 사람이라면 그 경관의 수려함과 산세의 웅장함에 찬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세계의 어느 나라를 보아도 이처럼 아름다운 산을 가까이 두고 있는 수도나 대 도시는 없다. 도심에서 가까울 뿐 아니라 그다지 높지도 않은 것이 서울 근교 산의 특징이기도 하다.
북한산 제일봉인 백운대가 8백36m, 도봉산의 자운봉은 7백17m이다.
이처럼 높지 않기 때문에 공원으로서, 또는 등산로로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민의 훌륭한 후식처가 되어온 북한산 일대를 정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중이라는 보도는 아름다운 경관을 더 잘 가꾸고 보호하는 계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가 국립공원 외에 도립공원, 국립공원, 해중 공원 등을 지정하는 것은 날로 늘어나는 관광인구를 효율적으로 수용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빚어질지도 모를 자연 훼손을 방지하자는 데 뜻이 있음은 두말할 것이 없다.
따라서 이런 계획의 성패는 아름다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상호 대척적인 목적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개발」과 보존의 균형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유념할 것은 개발이 지나쳐 자연 경관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국립공원 지정을 검토중인 북한산 일대에는 많은 불량주택이 들어서 있다. 허가를 받은 시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도봉산의 어느 아름다운 계곡에는 언제부터 사유지가 되었는지 철조망이 쳐져 있는 곳도 있다.
국립 공원 지정 여부를 떠나서라도 북한산일대가 서울 시민들의 귀중한 휴식처라는 점에서 불량주택의 집단 이주 계획은 서둘러 세워져야 한다.
그리고 산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사유지 역시 서울시가 매입하거나 수용해서 시민들이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67년부터 13개의 육상공원과 2개의 해상공원, 1개의 해안 공원을 지정한 뒤 관광객은 계절을 불문하고 많이 몰리고있으나 이들을 수용할 시설은 충분히 갖추지 못해 자연보존 자체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숙박시설은 둘째치고 화장실이나 쓰레기 처리장 하나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지리산의 천왕봉이나 설악산의 대청봉마저 오염되어가고 있다.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북한산 일대에 몰리는 등산객이나 관광객은 매주 수10만 명을 헤아릴 것이므로 각종 부대시설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가령 유원지의 경우 대규모 화장실은 물론 상·하수도시설도 완벽하게 갖추어야 한다. 등산로에도 지나가는 사람 수를 예측해서 거기에 맞는 쓰레기 처리장 등 필요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공원인 이상 위악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은 상·하수도, 화장실 등 시설을 갖춘 다음에 짓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케이블카도 필요한 시절이기는 하다. 하지만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게 지역선정을 잘 해야한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에 설치하는 것은 몰라도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얼마안가 좋은 자연경관은 훼손되고 만다.
예컨대, 스위스의 융프라우엔 케이블 카드 있고 산정엔 건물도 있지만 상·하수도시설은 물론 케이블카도 지하 암벽에 설치, 자연경관은 결코 해치지 않았다.
국립공원은 우리세대 뿐 아니라 자손 만대에 물려줄 귀중한 재산이다. 따라서 이를 개발하는데는 각계의 의견이 모아져야 하고 특히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공 자문기구의 심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벌써 1896년 융프라우를 개발한 스위스 사람들의 지혜를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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