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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헌책방 마을 만든대요 … 헌책 뒤적이다 건진 특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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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청춘리포트팀은 지난 일주일간 서울 시내에 이름 난 헌책방을 무작정 돌아다녔다. 헌책에 있는 청춘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지난 8일 동교동 ‘숨어있는 책’에서 겪은 일이다. “박원순 시장님 임기 내 서울에 헌책방 마을을 만들려고 합니다. 영국 웨일스에 있는 ‘헤이 온 와이(hay-on-wye)’ 책 마을처럼요.”

 서울시 관계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숨어 있는 책’ 노동환(49) 대표와 나누는 대화 한 토막이 들렸다. 먼지 묻은 책 한쪽에서 청춘의 흔적을 찾던 기자의 귀가 번쩍 뜨였다. 확인 결과 의문의 남성은 사회적 기업 ‘세상을 바꾸는 하나’ 정용철 대표였다. 다음날 서울시와 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헌책방 마을’의 전모를 취재했다.

 서울시는 광의동 평화시장 건물 3개 동을 활용한 ‘헌책방 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헌책방, 동네 책방 등 책을 접할 공간을 잃어버린 20~30대 청춘들에게 책을 되돌려주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서울시는 사업타당성 검토와 건물 안전검사 등을 거쳐 2016년 9917㎡(약 3000평) 규모의 책 마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헌책방들을 모으고 작가들의 공간과 사회적 기업의 활동 공간도 따로 마련할 예정이다. 폐광촌에서 헌책방 테마 관광마을로 변신한 영국 헤이 온 와이 마을과 일본 도쿄 고서점 밀집지역인 진보초(神保町) 고서점 거리가 롤모델이라는 얘기였다. 헌책방에서 청춘의 흔적을 찾다가 서울시의 헌책방 마을 계획을 단독으로 취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추진하는 헌책방 마을이 요즘 청춘 세대에게 얼마나 큰 호응을 얻을지는 의문이다.

15년째 헌책방을 운영하는 노동환 대표는 “1999년에만 해도 대학 학부생이 많이 찾아왔지만 요즘은 책방을 찾는 대학생은 크게 줄었고 40~50대 손님이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32년간 서울대 인근에서 헌책방을 운영해온 ‘책상은 책상이다’ 김석수(47) 대표도 “과거에는 돈 없는 고시생들이 헌책을 사보고 되파는 게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며 “나중에 판검사가 되면 후배·동기들 데리고 와서 책 사주고 술 사주던 낭만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 책 고유의 매력과 낭만을 찾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헌 책에 적힌 메모를 소개하는 에세이『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의 저자 윤성근(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 대표)씨는 “헌 책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책은 단순한 물성이 아닌 인격체나 마찬가지”라면서 “찾던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마치 첫사랑을 찾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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