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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도체 등 첨단기술참여에 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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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쓰비시그룹은 1백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얼본 최고·최대의 기업그룹으로 은행·섬유·화학·중공업·보험·선박회사 등28개 사가 소속되어있다. 2차대전 전엔「이와사끼」가(암기)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재벌그룹이었으나 전후재벌해체로 옛날과 같은 중앙집권적 통제력은 없어지고 호혜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합의체적 성격이다. 삼능그룹 소속회사들은 상호주가 25.l%정도이며 금요회란 사장회의를 통해 업무조정 등을 한다. 금요회 가맹 28개 사의 자산은 25조7천5백48억엔(일본 총기업의3·27%).매상고(78년 기준)는15조8천91억엔(2·98%)으로 일본 GNP의 약9%이며 우리나라 예산의 5배쯤 된다.<편집자주>
일본 최대의 기업그룹 미쓰비시(삼능)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미쓰비시가 쇠퇴의 길로 들어선 가장 큰 원인은 철강·조선 등 양적인 사업에서 반도체·생명공학·컴퓨터 등질적인 산업으로 이행하는 세대교체의 시기를 놓친 데 있다.
이른바 SCRAP산업(철강·화학·석유·알루미늄·제지의 두 문자를 딴것)에 너무 집착했기 때문이다. 중화학공업의 번창을 구가하다보니 전자·전기 등 80년대를 담당할 첨단산업에는 눈길이 덜 미쳤다. 이 분야를 담당해야할 미쓰비시전기가 80년대 그룹을 이끌 수 있도록 제대로 길러 내지를 못했다.
이렇게 추세에 뒤떨어지게 되자 미쓰비시는 그룹전체의 체질이 점차 악화되는 만성질환상태에 빠지게됐다. 그룹내부에서도 과감한 방향전환, 대폭적인 감량 및 통·폐합 등 체질개선을 위한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쓰비시의 간판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이 그룹의 현 상태를 잘 말해주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올3월 결산에서 매상고 1조6천8백36억엔, 경상이익 3백31억엔을 기록했다. 지난 73년의 매상고는7천6백13억엔, 경상이익은 9백21억엔 이었다.
매상고는 2배 남짓한데 비해 이익은 오히려 3분의1로 떨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이익률 저하만이 아니다. 기업에 활성을 불어넣을 만한 새로운 시도나 투자가 없다는 점이 더 중대한 문제다.
현재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생산혁신의 물결이 일고있다. 그러나 그 주역을 이루는 로봇·무인자동화공장 등의 분야에 미쓰비시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일립·천기중공·안천전기 등이 선두주자다.
이들 각 분야의 중요한 기술을 가장 풍부히 갖고있었고 장래 로보트시대의 주역을 담당할 것으로 생각되던 미쓰비시는2년 이상이나 뒤 처져 버렸다.
또 미쓰비시의 주요업종인 조선부문의 악화도 심각하다.
고도성장시대의 말기에 각 사가 경쟁적으로 1백만t급의 도크를 만드는 등 무리한 설비확대경쟁을 벌인 것이 결정적인 화근이 됐지만 미쓰비시는 그 중에서도 인원삭감실패,LNG선박등 신규수주경쟁에서의 부진 등으로 톱 랭킹의 자리마저 위태로운 판국이다.
독점을 누려오던 몇몇 업종에서의 도전도 갈수록 거세어지고 있다.
미쓰비시는 삼릉 군수창이라 불릴 만큼 군수산업에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미쓰비시의 기반도 2차대전전 군부와의 밀착에 의한 군수물자납품으로 닦아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군수산업이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일산쇼크라는 것이 그것이다. 즉 일산자동차가 미국의 미사일메이커 마틴마리에 타사와 손을 잡고 일본방위청의지대공미사일 SAM-X수주에 도전하고 나섰다.
SAM-X는 현재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나이키J를 대체할 새 기종으로 미쓰비시는 이미 나이키J의 주 계약자로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데다 동사가 독자적인 개발을 목전에 두고있는 나이키피닉스가 채택될 공산이 짙어 느긋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일산이 나이키의 라이벌로 알려진 패트리오트의 본체 및 발사대를 담당한 미국의마틴사와 손을 잡은데 이어 또2년 전에 방위기술추진본부를 설립하고 이 분야의 참여를 노리고있던 일립과도 손을 잡을 방침을 세워 미쓰비시의 독점체제가 흔들리게 되었다. 이미 미쓰비시는 공대공미사일 AAM-Z의 개발을 마치고 본격수주태세에 들어가기 직전 미제 팰컨 도입이라는 정책적 결정으로 쓴맛을 본적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항공기분야의 참여도 순조롭지 않다. 일본은 미 보잉사와 함께YXX라는 1백50인승의 민간여객기를 합작개발 할 계획을 세우고 개발비 4천억엔을 투입키로 했다.
그러나 위험부담을 고려한 미쓰비시 측이 일본측 부담 20%, 미쓰비시부담 8%를 주장하고 나서자 일본통산성은 삼능·천기·부사 등 3개 기존업체 외에 일산을 참여시키기로 결정해 버렸다.
결국 일본측부담은 25%로 결정되고 미쓰비시는 8%를 그대로 가진데 비해 일산은 부사중공과 손을 잡고 똑같은 8%를 차지해 주도권을 쥐려던 미쓰비시의 꿈이 깨져버렸다.
원자력발전부문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미 웨스팀하우스의 기술을 도입, 가압수형 원자로 (PWR)를 독점 생산해온 미쓰비시에 도오시바와 히따찌가 서독KWU사(지멘스계)의 PWR를 등에 업고 도전하고 나섰다.
미쓰비시 측은 이에 웨스팅하우스와 공동으로 APWR(신가압수형 원자로)를 개발, 돌파구를 일고 동시에 벡텔사와 엔지니어링부문의 협동체제를 구축하는 등 선두 지킴을 위해 노력하고있으나 히따찌·도오시바등도 BWR(비등수형 원자로)부문의 기존시장을 발판으로 본격적으로 뛰어둘 채비를 갖추고있어 전쟁은 예측불허 할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이러한 쇠퇴현상은 그룹 안의 위치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미쓰비시그룹은 중공업·은행·상사가 트로이카체제를 이루어왔다. 그러나 현재 미쓰비시의 사장단회의인 금요회의 주도권은 중공업이 빠지고 광업 시멘트가 새로 들어간 신 트로이카체제로 바뀌었다. 중공업의 위치가 그만큼 저하됐다는 의미다.<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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