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끌어 올린 '그들만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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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정꺽정멧돼지 일산점 김영동씨

▶ BHC 잠실점 이맹혁·홍윤순씨 부부

▶ 유객주 창동점 박태윤씨

매출이 줄면 경기 탓, 경쟁자 탓을 하면서 밖으로 원인을 돌리기 쉽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마음을 고쳐먹으면 손님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적자점포에서 고생하다 독특한 승부수로 매출을 확 끌어올린 창업자들을 소개한다.

◆ 홈쇼핑에서 배운 마감 전략=경기도 일산에서 멧돼지요리전문점 정꺽정멧돼지(www.niceboar.com)를 운영하는 김영동(46)씨는 홈쇼핑 등에서 하는 마감 전략을 구사한다. 매일 고기를 12kg만 판다. 점포 앞에 '매일 들어오는 신선한 멧돼지 고기, 딱 60인분만 판매합니다'라고 써붙였다. 오후 7시쯤 되면 '오늘 팔 멧돼지 고기 딱 OO인분 남았습니다'라고 광고한다. 이 전략이 먹히면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김씨는 "원래 자정까지 영업을 하지만 그 전에라도 고기가 떨어지면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찍 문을 닫는다"며 "오후 9시30분쯤에 가게를 닫은 적도 있다"고 했다.

4월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월세 내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90평 점포에서 월 매출을 3500만원쯤 올린다. 순수입은 월 1000만원쯤 된다. 창업비용은 점포비(보증금 1억원+월세 400만원)를 빼고 7000만원 가량 들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음식정보지와 지역홍보 웹사이트에 꾸준히 광고한 점도 효과가 있었다"고 평했다.

◆ 시식 접시 들고 가정 방문=서울 잠실에서 치킨점 BHC(www.bhc.co.kr)를 하는 이맹혁(52).홍윤순(48)씨 부부는 시식행사로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씨는 23년간 음료회사에 다니다 퇴직하고 2003년 8월 5000만원을 투자해 10평 남짓한 치킨점을 인수했다. 인수 후 1년간 월매출이 500만~600만원 선으로 부부의 인건비를 겨우 건지는 수준이었다. 사업포기도 생각했지만 불황 때문에 쉽지 않았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체인 본사가 운영하는 연수원에서 2회에 걸쳐 '눈초리가 올라갈 정도로 웃어라' 등의 서비스 교육과 조리.정신교육을 받았다. 치킨사업은 동네장사인 만큼 지역 주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2월부터 가정 방문에 나섰다. 사람들이 출출할 시간인 오후 4시 반에서 6시 사이에 매일 30개 정도의 시식 접시를 돌렸다. 접시를 들고다니는 일이 쑥스럽기도 하고, 문전박대도 당했지만 '죄 지은 것도 아닌데…' 하며 어깨를 펴고 스스로 응원했다.

이씨는 "잡상인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고 반드시 유니폼을 입었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우리 제품을 알릴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점포의 요즘 매출은 월 1200만원. 예전보다 두 배 정도 뛰었다. 이씨는 "순수입이 400만원정도 된다"고 했다.

◆ 마진 포기 퍼주기 전략=서울 창동에서 퓨전요리주점 유객주(www.yugaekju.co.kr)를 하는 박태윤(36)씨는 2004년 7월 창업 후 매달 1200만원씩 적자를 내다 마진을 줄이고 미끼상품을 내걸면서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대기업 샐러리맨을 하다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한 박씨는 주점 위치가 건물 6층이어서 손님끌기가 쉽지 않았던 데다 모든 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러다 미끼상품을 내걸고 퍼주기를 시작하면서 매출이 두 배로 뛰었다. 박리다매 전략으로 싸게 많이 줬더니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몰렸다. 테이블마다 달팽이요리를 기본 안주로 주고, 과일 안주도 이전보다 두 배 큰 접시에 13가지 과일을 가득 채웠다. 테이블 2개를 포기하고 투호놀이 공간도 만들었다. 투호놀이에서 2개가 들어가면 10%, 5개 들어가면 공짜 하는 식으로 계산하기 직전에 던져서 들어간 숫자에 따라 술값을 깎아줬다.

6층까지 올라온 고객들이 고마워 자리가 없어 되돌아 나가는 고객에게 무료 쿠폰 등을 들려 보냈다. 한번 테이블에 나갔던 음식은 손님이 보는 앞에서 버렸다. 그 결과 현재 월매출은 4500만원으로 뛰었다.

120평 점포의 창업비용으로 점포비 포함, 2억5000만원이 들었다. 박씨는 "새벽 4시까지 영업해야 하는 게 힘든 점"이라고 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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