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 지휘관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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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반도 주변 정세가 최근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급진전하고 있어 우리안보태세의 점검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동북아시아정세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것은 지난 몇년동안 소련의 태평양 해군력 강화, 「브레즈네프」사망으로 대외정책에 적극자세를 취할「안드로포프」체제의 출범, 중-소 화해의 적극적인 조짐 등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한길같이「북방 삼각형」의 관계개선과 그를 통한 총체적인 힘의 강화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
「남방 삼각형」쪽에서는「레이건」행정부의 대소 강경 노선이 아직 태평양지역의 미군 전투력 강화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일본에 의한 해상수송로방위문제도 이제 연구단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북한, 중공, 소련의 삼각관계에서는 60년대와 70년대의 불화와 적대관계를 80년대의 협력관계로 전환,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반면에 한국. 미국, 일본의 삼각관계에서는 미-일 관계가 무역마찰로 약화되고 한-일 관계는 경협과 교과서 왜곡시비로 큰 시련을 겪고있어 오직 한-미간의 공동방위노력만으로 동북아시아 안보와 안정이 유지되고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지난17일 윤성민 국방부장관 주재로 전군지휘관회의가 열려 주변정세를 분석하고 대북 방어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한 것은 시기 적절한 일이라고 하겠다. 바보가 아닌 이상 북한의 김일성이 우리주변의 새로운 정세변화를 대남 전략에 활용할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앉을 것이다.
그는 지난9월 중공을 방문하여 북한·중공간의 우호동맹관계를 다시 확인한바있다. 북한-소련관계에는 한동안 냉기가 도는 듯한 것이 사실이지만「안드로포프」체제의 등장은 두 나라 관계의 개선에 다시없는 호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중-소화해가 실질적인 진전을 보면 북한이 얻을 이득은 북한이 중·소두나라에 경쟁을 붙여 얻고있던 이득의 상실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는 유동하는 한반도주변정세에서 북한에 의한 대남 전쟁모험의 가능성이 높아질 조짐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정규전과 비정규전을 배합한 북한의 대남 전략은 우리 인구와 부의 70%이상이 집중되어있는 서울방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거기 대응해서 나온 것이 한미연합군의 공세적인 방어전략이다. 그것은 북한의 선제기습공격을 지금의 전선에서 3일 안에 격퇴하고는 방어를 공세로 바꾸어 적의 심장부에 괴멸적인 보복공격을 가하는 적극적인 전략이다.
이번 지휘관회의에서 이 전략이 재확인된 것은 참으로 마음 든든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비정규전 전략이 야간전투에 주력하고 있는데 비추어 우리의 야간위주 작전계획이 점검된 것도 뜻 있는 일이다.
우리는 한반도주변 정세의 변화와 남북한의 긴장완화를 위한 우리의 부단한 노력의 조화를 능동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중소가 화해하면 그것대로 우리가 제창하는 남북한교차승인을 위한 유리한 조건의 등장이라는 측면을 놓칠 수가 없다.
그러나 긴장완화를 위한 어떠한 외교적인 노력도 우리의 방어태세의 완비를 전제로 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적에 의해 역용 당할 가능성만 높은 것이다.
우리 국군지휘관들은 이와 같은 정세변화의 양면성을 정확히 읽고 거기에 대처하는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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