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22년…과작이나 주옥같은 작품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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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조시인으로 데뷔한지 22년만에 첫 시조집『동해바다 속의 돌 거북이 한 마리』를 내어 제4회 가람문학상을 받은 이근배씨는 그의 과작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알맹이 있는 작품을 써낸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조국의 분단을 노래한『벽』『묘비명』등과 전형적 한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쓴『피안가』『혼곡』『적일』, 또 최근에 와서 우리의 역사적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주묵』등의 작품을 내놓아 시단의 주목을 받았다.
자유시도 쓰고 있지만 언제 어떤 자리에서나 시조시인으로 자부하고 긍지를 느끼고 있다는 이씨는『시조야말로 우리의 고유한 시 형식이기 때문에 이 땅의 시인이라면 시조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모국어의 창조적 개발과 구사를 통해 그것을 아름답게 가꾸는 작업은 제가 보기에는 시조 쪽에서 더 큰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시조는 우리 고유의 리듬을 담고 있고 시조의 시어가 자유시의 시어보다 운율의 미학 때문에 더 많은 말의 창조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속적 향토 성이 강한 말들은 시조 속에서 찾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시조는 그 형식 때문에 구성이 이루어지므로 자유시와 발상자체가 다르고 기법도 다릅니다. 그래서 시조는 운율이 살아납니다. 현재의 자유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운율을 잃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는 낭송되어야 하는 것인데 오늘의 자유시는 낭송이 어렵고 또 난해한 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작품활동도 꾸준히 해 왔지만 이씨는 시조운동을 위해 많이 뛰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문학협회가 갈라지기 전에 그는 문인협회 시조분과위원장을 지냈고 시조전문지의 운영에도 힘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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