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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택지개발은 난개발 부추길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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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수도권 택지 공급을 확대하고, 강북 뉴타운의 용적률을 높이는 등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공급 확대는 집값 안정에 근본이 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몇 가지 우려가 앞선다. 현재 정부가 개발을 고려하는 택지는 주로 군시설이나 공공기관 이전 부지로 수도권 각지에 흩어져 있다. 이같이 산재한 소규모 택지를 개발할 경우 충분한 기반시설의 제공이 가능할지, 과연 강남의 수요를 흡수할 만큼 좋은 주거환경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강남.분당 등의 집값이 비싼 이유는 대규모 계획 개발로 충분한 도로와 공원, 학교 용지 등 우수한 기반시설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흩어진 몇 만 평 단위의 공공기관 이전 부지 개발로는 과거 경기 남부 지역 준농림지 개발에서 초래됐던 난개발만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택지 공급은 자칫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 부지를 아파트 용지로 팔아 이전 비용을 마련하고자 난개발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그린벨트 해제의 확대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말만 그린벨트일 뿐 비닐하우스가 가득 들어차 주거지로 개발해도 좋은 지역은 상당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그린벨트를 택지로 활용하려면 수도권 전역의 그린벨트를 대상으로 큰 틀의 개발 계획을 마련한 뒤 이용하는 것이 순서다. 필요한 지역만 곶감 빼먹듯 이용한다면 정부가 수도권 난개발과 그린벨트 훼손에 앞장서는 셈이다.

강북 뉴타운 용적률 상향 조정은 이미 기반시설이 크게 모자라고 혼잡한 강북지역의 도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주거지의 용적률을 높여 주려면 오히려 기반시설의 여유가 있는 지역부터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택지 공급이 급하더라도 수도권 전체를 엮은 큰 틀의 계획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계획이 선행되지 않은 소규모 아파트 단지 형태의 난개발은 더 이상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