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79세에 '기억력 교육 받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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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이모(79) 할아버지는 최근 노인장기요양보험 치매특별등급(장기요양 5등급)을 받았다. 이 제도에 따르면 주야간보호시설이나 자택에서 기억력 향상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는 지금껏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혼자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는데 교육 챙겨받을 정신이 어딨겠냐”는 게 이유였다.

 이처럼 정부가 7월 도입한 치매특별등급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7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치매특별등급 도입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수급자가 원하는 서비스의 불일치, 요양보호사 교육과 보호시설 부족 등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지난 11월 기준으로 특별등급 대상자는 9849명으로 제도 도입 이전 정부 예상(약 5만명)에 크게 못 미친다.

치매특별등급을 받으면 1일 2~8시간씩 최대 22~26일간 인지활동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전문 요양보호사가 회상 훈련, 장보기와 전화하기 등을 함께 한다. 하지만 다른 등급(장기요양 1~4등급)처럼 가사와 일상활동 지원은 받을 수 없다. 복지부에 따르면 등급을 인정받은 인원 중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46%(4537명)에 그친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요양보호사의 전문 교육도 절반 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마저도 이론 위주로 이뤄져 현장에서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별등급 대상자가 이용할 수 있는 주·야간 보호시설도 1670곳으로 부족하다. 연성대 사회복지학과 구재관 교수는 “제기된 문제들을 정부가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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