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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관을 수도관처럼 다뤄|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를 계기로 살펴본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압력조정실 폭발참사는 인화폭발위험이 높은 고압가스관을 안전조치 없이 수도관처럼 마구 다루다 빚은 원시적 참사였다.
고압가스폭발사고 원인의 90%가 그렇듯 이번 사고도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가스를 잘못 다뤄 일어난 것으로 LP가스보다 값이 싸고 비교적 안전하다 하여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때에 참사가 터졌다는데 큰 충격을 주고있다.
사고는 서울시가스시설관리대행업체인 대한수기기술자와 인부들이 고압가스누출사고를 점검, 수리하면서 공기호흡기 등 원초적인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은 채 일하다 빚어진 것.
고압가스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지점처럼 밀폐된 곳의 가스누출사고 보수작업 때는 방독면대신 산소통이 달린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바깥에서는 계속해서 송풍장치를 통해 가스를 환기시켜야했다고 지적했다.
도시가스나 LP가스등고압가스는 최루탄 등 독가스와 가스성분인 이온입자가 달라 방독면으로는 겨우 4∼5분 동안 견딜 수 있을 뿐이며 고압가스를 다룰 때는 20∼30분 동안 견딜 수 있는 공기호흡기를 반드시 착용하고 계속 산소통을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압가스는 폭발 때 초속 2·8km의 폭풍을 수반하는 위력을 갖고있다.
사고지점은 서울 염창동 도시가스 생산공장에서 직경2백mm짜리 대형파이프를 통해 흘려보낸 고압가스를 저압으로 바꾸어 마포·서대문·용산 등 3개 구 10개동 1만l천 수용가구에 가스를 공급하는 압력조정실.
이곳 가스공급관은 8년 전인 74년12월에 설치한 낡은 것으로 지난해 11월29일에도 가스가 누출, 보수작업을 했었다.
시 당국은 지난 1일에 가스가 샌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도 4일 아침에야 현장확인에 나섰으나 자격있는 안전관리원을 보내지 않고 시공회사에만 보수를 맡겼었다. 서울시내에 거미줄처럼 깔린 도시가스관은 총2천1백75km로 절반 가량이 강도가 약한 주철관인데다가 10년 전 시공한 시영도시가스(72년11월14일 준공)의 경우 총 배관1천71km중 5년 이상 된 낡은 관이 60%선인 6백42k나 된다.
이 낡은 가스배관은 도로확장이나 굴착공사 등 각종 공사 때 파열되는 사고가 잦을뿐더러 도로 위를 지나는 차량의 압력에 못 이겨 용접부분이 터져 가스유출사고를 빚고있다.
허술한 시공도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시가스배관은 충격에 강한 강관을 많이 사용하고 이음쇠부분은 X선 비파검사를 통해 안전도를 측정하며 충격실험과 지장으로부터 받는 하중실험 등 빈틈없는 안전도검사로 가스사고를 막고있으나 서울시의 경우 시공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가정공급관은 강도가 약한 주철관과 아연백관을 사용하고 있다.
사고지점과 같은 도시가스압력조정실은 서울시내에 모두 37개소(시영10, 대한도시가스27곳) .
더우기 시영의 경우 이 같은 압력조정실 8곳이 대단위아파트단지나 주택가, 학교주변에 있어 불안과 위험을 더해주는 실정이다.
서울시도시가스 시설관리대행업소는 모두 40개소. 그러나 고압가스를 다루는 압력조정실의 설비·제작·시공·수리를 맡은 업체는 이번에 사고를 낸 대한수기뿐으로 경쟁없는 독점업체.
10월말 현재 서울시내전체가구 (1백97만4천 가구)의 8·8%인 17만3천 가구가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있고 88올림픽 전까지 서울시전체가구(2백59만8천 가구예상 의 40%인 1백4만 가구에 도시가스를 공급할 계획이어서 보다 큰 참사를 막기 위해서도 안전시공과 관리상의 허점을 시정하는 근본대책이 절실하다.
도시가스 누출사고는 지난해 5백93건이었으나 올해엔 6백19건으로 26건이나 늘어났다.

<임수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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