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풍 부엌'서 요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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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백지연(45.서울 서초동)씨는 지난 6월 부엌을 아일랜드형으로 바꿨다. 아일랜드형이란 조리대.개수대 등이 벽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거실과 식탁을 바라보는 형태다. 섬처럼 떨어져 나왔다고 해서 아일랜드형이라 한다. 아일랜드형 부엌은 외국영화에 자주 등장해 그리 낯설지는 않다. 유럽.미국에는 많이 보급돼 일반화됐다.

주방이 변하고 있다. 한샘 홍보실 김동성씨는 "아일랜드 부엌으로 개조하면 우선 가족이 주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부엌에서 일하는 주부의 모습이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부엌일을 하면서 대화도 편하게 나눌 수 있어 자연스럽게 생활공간이 거실에서 부엌으로 이동하게 된다. 에넥스 디자인연구소 최경애 선임연구원은 "요즘은 밥만 먹는 게 아니라 수시로 간식을 즐기는 편이다. 그때그때 간단히 만들어 그 자리에서 먹는 식생활 문화에는 아일랜드형이 좋다"고 말했다.

조리대를 홈 바처럼 꾸며 간단한 스탠딩 파티를 하기도 한다. 아일랜드형 스툴 의자(스탠드바에 있는 높은 의자)도 그래서 요즘 잘 팔린다. 부엌이 생활공간과 가족 사교 공간으로 바뀌는 셈이다.

아일랜드형 부엌은 기존 부엌보다 수납공간이 많다. 아일랜드 하단과 벽면 전체를 수납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실 인테리어도 변하고 있다. 거실에는 딱 필요한 가구와 가전만 두고 장식장이나 수납장은 모두 없앤다. 어지간한 물품은 부엌 수납공간을 이용한다. 거실 전면에 홈시어터만 놓는다. 때문에 거실을 훨씬 넓고 편하게 쓸 수 있다.

1~2년 전만 해도 아일랜드형 부엌은 40평대 이상의 넓은 주택에만 설치할 수 있었다. 주로 수입가구나 고가브랜드로 장식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800만~2000만 원 정도 들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국내업체들이 30평대에 맞게 개발한 유럽식 아일랜드 부엌가구를 출시하고 있다.

한샘은 최근에 '5000 비엔나 시리즈'를 내놓았다. 조명과 장식 효과를 최대한 살린 카페 같은 분위기를 낸다. 벽면을 키 큰 장으로 만들어 대용량 수납을 할 수 있게 했다. 유리문과 유리선반에서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할로겐 불빛이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한다. 설치 가격은 옵션에 따라 300만~500만 원 정도가 든다.

계절마다 분위기에 맞게 색깔을 바꿀 수 있는 부엌도 있다. 지난 5월에 출시한 에넥스의 '오페라'다. 봄에는 오렌지, 여름에는 블루나 화이트, 가을과 겨울에는 레드나 그레이 등 5가지 색깔로 부엌을 바꿀 수 있다. 부엌 가구와 키 큰 장의 문을 더 구입해 계절마다 바꿔 다는 방식이다.

섬이 아니면 반도(페닌슐라, Peninsula)로 바꾸세요-. 부엌 공간이 좁고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페닌슐라형도 고려해 볼만 하다. 페닌슐라형이란 조리대가 한쪽 벽면에 반도처럼 붙은 형태를 말한다. 20평대에도 설치할 수 있다. 가격도 아일랜드보다 저렴한 편이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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