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19년,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독일 바이마르에 예술·디자인학교인 바우하우스를 세운다. 전후 새로운 시대를 맞으며 새로운 인간상에 대한 희망으로 들떠 있던 때였다. 이후 옛 동독의 데사우로 이전해 1933년 폐쇄될 때까지 바우하우스는 예술·건축·그래픽·염직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통합해 가르쳤다. 14년의 짧은 기간 존속한 학교였지만 이 학교가 보여준 예술 철학과 교육, 이 학교에서 구현된 건축·디자인·미술은 여전히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됐으며, 연간 1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국내에서도 바우하우스의 건축·디자인에 대한 전시가 여러 차례 열린 바 있다.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인간, 공간, 기계’는 무대에 대한 전시다. “배움 자체를 예술의 대상으로 삼았고”, “놀이가 일이 되고, 일이 파티가 되고, 파티가 놀이가 된다”는 바우하우스의 교육철학을 ‘무대’라는 키워드로 꾸민 일종의 아카이브전이다. 이 학교 교사였던 바실리 칸딘스키, 파울 클레 등이 인체를 몇 개의 선으로 추상화한 드로잉, 오스카 슐레머의 무대 의상을 재현한 작품과 관련 영상 등이 출품됐다.
전시를 담당한 류지연 학예연구관은 “퍼포먼스나 다양한 영역의 융복합을 주제로 한 전시가 이어지는 지금, 그 원류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02-3701-9500.
권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