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브던」의 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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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표적인 존불 (영국인의 애칭)로 「리처드·코브던」(Richard Cobden· 1801∼1865)을 꼽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농부의 11명의 자녀 가운데 네 째로 태어난 그는 근면과 절약으로 빅토리아조의 영국 재계와 정계에 거물로 등장한 사람이다.
어느 날 그는 방직공장의 종업원을 모아놓고 연설했다. 『이 세상은 항상 두 층, 즉 돈을 저축한 사람과 써버리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문명과 행복은 저축하는 사람들이 이룩하는 것이고 재산과 재능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노예노릇을 한다.』
저축의 미덕을 이만큼 힘차게 역설한 경우도 드물다. 그만큼 사람이 돈을 벌고 쓰고 저축하는 과정은 그의 전 인격을 나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들 저축의 최대 적은 인플레라고 한다. 3년 전 우리 나라의 한 사회조사에서 『인플레아래서 5벡만 원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물은 적이 있다. 『저축을 하겠다』는 사람은 20%에 불과했다. 나머지 다수가 부동산 (38·4%), 귀금속 (15·3%), 고가의 상품 (7·4%), 내구성가정용품 (6·3%) 등을 사두겠다고 응답했다. 빚 놀이를 하겠다는 사람도 4·5%나 됐다.
재산을 늘리겠다는 소시민의 바람도 이해가 가나 이 정도면 사회풍조와도 관계가 있다.
일본을 보자. 78년 일본의 l인당 국민소득은 6천7백97달러였다. 이 가운데 소비지출에 쓰고 저축한 돈이 9백33달러, 당시 일본보다 훨씬 많은 소득을 올렸던 스위스, 서독, 스웨덴, 미국보다 절대 액이 거의 50∼1백 %씩 많았다.
결국 일본의 가계 저축률은 소득의 19·4%로 세계최고. 대만도 17·6%나 되나 우리는 8·5% 밖에 안 된다.
실로 저축은 절약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생활의 어려움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의 국민소득도 60연대보다 훨씬 늘어난 것이 사실이니까.
19세기 중엽 근로 층에 너무 많은 세금을 매긴다고 노동자 대표가 영국 정부에 항의한 적이 있다. 당시 수상 「존· 러셀」은 퉁명스럽게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세금은 당신들이 술을 마시는데 쓰는 돈만큼도 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물론 시대와 양상은 달라졌으나 가계의 소비지출을 줄이면 아직도 우리에게 저축의 여력은 있다. 특히 정부로서는 정부 저축 (세금) 을 줄여 민간저축의 증가를 유도하는 한편, 정부 스스로 소비성 경비를 줄여 모범을 보이는 일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도 그렇다. 가정의 자립과 번영은 저축이 그 지름길이다. 또 실직, 질병, 사망에 대한 대비책도 저축이외에 더 좋은 방도가 있겠는가. 25일「저축의 날」 에 다시 생각해 본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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