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중앙 수습 과정에 … 좌상귀가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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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강 토너먼트>
○·이세돌 9단 ●·랴오싱원 5단

제9보(55~66)=오늘은 좀 어수선하다. 돌이 한 눈에 잘 안 잡힌다. 중반전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맥을 볼 줄 아는 실력자라도 일단 싸움 속에 들어가면 형세가 눈에 잘 아니 들어온다. 백병전을 벌이는 와중이니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 올 수가 없다. 프로도 호흡이 거칠어지는 단계다.

 경중(輕重) 구별이 힘든 때문일까. 65가 다소 무거웠다. ‘참고도’를 보자. 1이 급소였다. 2가 아프지만 흑은 중앙의 타개에 승부를 걸면 된다. 여기서 형상의 초점은 젖히지 않고 흑의 앞길을 가로막은 2 모자(帽子)다. 한 칸 자리는 언제나 급소다. 돌의 머리 되는 자리에 있기에 모자라고 부른다. 2 이후 흑a는 백b로 받는 게 좋다. 별거 없다.

 ‘참고도’를 보면서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흑이 상변을 c 끊거나 중앙 백을 위협해도 백은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중앙엔 패(▲)가 남아 있어 백은 아래 위로 연결할 수 있다.

 실전에서 좌변을 틀어막은 66이 흑에게 아팠다. 좌상 흑의 근거가 좁아져서 이제 흑은 사활을 염려해야 할 판이다.

 형세는 어떤가. 선착의 효가 여전히 흑에게 남아 있는 국세다. 다만 이제는 흑의 심리가 문제가 된다. 백이 하고픈 중앙 싸움에 그만 들어갔다는 자책감이 랴 5단의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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