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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서 깡통 찼다 다시 25억 재산가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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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려면 다이어트 원리부터 이해해야한다."

본능을 억제하고 목표한 바를 이룬다는 점에서 다이어트나 저축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은 한국인 '브라운스톤'. 물론 필명이다.

"23시간을 참아도 마지막 1시간에 무너지면 체중 조절은 꽝이 된다. 29일을 참아도 30일째 못 참고 백화점에 가서 돈 써버리면 돈 모으기는 힘들다."

그는 결혼 비용 500만원으로 45억원을 만들었다가 깡통 계좌를 찼던 인물. 그러나 다시 25억원의 재산가가 됐다. 이름도 얼굴도 심지어 나이도 알리기 싫다는 그를 테헤란로의 한 카페로 끌어냈다. 신상명세보다는 부자가 된 비법만 물어보겠다는 약속을 하고서-.

그러나 그에 대해 간단한 설명부터 시작해야겠다. 사생활의 자유를 위해 본명도 가르쳐주지 않는 그의 나이는 40대 후반.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더 젊어보였다. 자녀교육 때문에 현재 외국에 살고있고 서울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 그는 2001년 잘나가던 직장(금융계)에서 퇴직했다. 감원 바람에 밀린 명예퇴직은 아니었단다. 새로운 기회와 자유를 꿈꾸고 스스로 박차고 나온 일종의 '투자'였다는 것.

그후 4년만에 성공했다. 자기계발서'내 안의 부자를 깨워라'(오픈마인드)를 써서 소리 소문 없이 3만여부를 팔았고,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필명 브라운스톤으로 꼬박꼬박 칼럼을 쓰고 있다. 퇴직 후 재산도 늘어 우량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해 노후 걱정없이 살고 있단다. 아이 등하교를 시켜주고, 부인과 손잡고 산책하고 간간히 여행을 떠나며, 인터넷으로 주식과 기업 정보를 탐색하고 글을 쓰는게 그의 일과. 그래도 심심하지 않냐는 질문에 단연코 "노(No)"란다. 워낙 책읽기를 좋아하는 성격 탓도 있지만 원래 조회.회의.회식이 싫었고, 일요일밤만 되면 월요일 회사 가기가 싫었단다. 이렇게 말하지만 회사 다닐 때는 참 열심히도 일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가 대학시절부터 꿈 꿔오던 삶은 '자유'. 잔뜩 인상 찌푸리고 회사 다니던 선배들처럼 되기 싫어 투자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단다. 그렇다고 그의 인생이 온통 핑크빛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전세자금까지 모아 투자했던 7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고, 분당 아파트를 상투에 샀다가 손해 보기도 했다. "X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는 내 성격 탓"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수많은 실패 중에 경험을 얻었다. 생물학의 진화론과 사회학 책을 보며 인간에 대해 탐구하기도 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의 본능을 극복해야 돈을 번다"는 것이다. 그의 책에는 인간 본능을 9가지로 구분해 놓고 극복하는 방법을 써놓았다. 일례로 영토 본능. 분당은 강남 주민이, 일산은 강북 주민이 대거 이동했다. 이동 거리가 반경 20㎞를 넘기 힘들더라는게 그의 설명. 그러나 투자 성공은 자신의 영토를 벗어날 수 있는 과감성에 숨어있다. 이밖에 단기 투자에서 한몫 보겠다는 '근시안적 본능', 바닥에라도 팔고보자는 '손실공포 본능'도 뛰어넘으라고 권한다.

대중들에게 '부자되는 법'을 설파하는 그지만 "내 투자 실력을 믿고 돈을 맡기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절대 받지 않는다"며 "난 자유로워지고 싶어 돈을 벌었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책과 칼럼은 왜 썼을까. "시행착오를 통해 내가 깨달은 바를 여러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제발 나처럼 비싼 수업료 치르고 깨닫기보다는 좀더 쉽게 돈 버는 방법을 알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 상반기 그의 포트폴리오 성적은 어땠을까. 투자한 삼성중공업 주식은 3배, 광주 신세계는 2배로 뛰었단다. 그렇지만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매입하는 것을 보니 불안해서 요즘은 현금 비중을 다소 높였다"고 했다. 가족과 지내는 한때가 가장 행복하고 더이상의 돈은 별로 필요치도 않다는 그가 말하는 투자 비법이 유독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수현 기자

<브라운스톤이 말하는 '내 안의 부자를 깨우는 실천전략'>

1. 무리 짓는 본능-꼭지에 사서 손해 보는 투자, 알고 보면 무리 짓는 본능 때문이다. 돈벌이는 '혼자 하는 작업'이다.

2. 영토 본능-부자가 되고 싶다면 젊은 날 들개처럼 돌아다녀라. 신혼집 동네만 뱅뱅 돌지마라.

3. 쾌락 본능-절약가 저축 잘 안되는건 쾌락 본능때문이다. 집 장만하기 전에는 자동차 살 생각마라.

4. 근시안적 본능-단기 투자보다는 장기 투자하라. 조급하게 부자 되려고 빚내서 투자하지 마라.

5. 손실 공포 본능-바닥에서 팔고 손해 보는 투자, 손실공포때문이다.

6. 과시본능-부자에게는 '한턱내기'가 없다.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구분하라.

7. 도사 환상-전문가는 알고보면 세일즈맨이다. 주식시장에는 돈 버는 도사는 없고 당신 돈 빼앗아 가려는 적만 있다.

8. 마녀 환상-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를 질투하는 대신 칭찬하라. 남 탓하는 성격부터 고쳐라.

9. 결함있는 인식체계-하수는 행운만 보지만 고수는 최악의 상황도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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