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고 닦아야할 우리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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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훈민정음이 반포된 15세기 당시의 문헌을 살펴보면, 훈민정음이 나온 후 1세기 안팎에 엄청난 음운이 소실되고 변천되었음에 놀라게 된다.
ㅸ, △,  , 성조(상성·거성·평성·입성), 모음조화, 그리고 어두자음등이 소멸되고 변한 것이다.
「ㅸ」 같은 것은 훈민정음이 반포되고 20년도 못되어서 문헌에서 자취를 감춘다.
살아 있는 당대의 사람의 입에서 음운이 소실된다는 것은 있을수 없다. ㅸ을 쓴 어휘가 80여단어가 되는데 20년도 못가서 소멸되었다고는 볼수 없는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볼때 「ㅸ」은 현실음이 아니라 어떤 의도적인 표기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성조같은 예를 보더라도 훈민정음이 나오고 1세기남짓해서 소멸됏다.
성조가 필요한 언어는 고립어인 중국어계통이다. 중국어에서는 동음이의어가 많기 때문에 의미분화를 위해 성조가 필요한 것이다. 현대에 이를수록 성조는 체계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이렇게 불때 ㅸ, △, 성조, 모음조화 등이 당시의 현실음 표기가 아니라 어떤 의도적인 표기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훈민정음제작 동기의 하나에 한자음 개신을 들수있다. 중국음에 비해 당시의 한자음이 많이 변천됐기때문에 이것을 바로 잡으려고 『동국정운』을 편찬하고 그 시도를 했던것이다.
이렇게 한자음의 개신을 의도한 세종대왕께서 우리의 방언차에 대해서도 깊은 배려를 했올것이다.
『훈민정음 해례』에 의하면 어린이들의 발음이나 지방의 발음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이 드러나 있다.
국어의 방언차를 없애고 국어음의 통일을 위해 국어음의 개신의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도 경상도에서는「고바」, 중부지방에서는「고와」로 발음되었었다.
옛사람들은 언어의 변천을 언어의 타락으로 여겼기 때문에 「고와」보다는 원래음인 표준어 「고바」로 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는 세종대왕의 한자음개신이 변천된것을 바로잡으려는 의도와도 일치된다.
문자라는 것은 언어를 기록하는 부호에 지나지 않은 것인데 이문자로 한자음이나 국어음을 개신하려고 한것은 훈민정음 제작진의 일대 실책이 아닐수없다.
그렇다고 해서 훈민정음을 만든 뜻이 감소되는것은 아니다. 만약 훈민정음을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어떠한 문자를 쓰고 있을까. 우리의 참다운 고전문학이 전해졌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훈민정음을 만드신 뜻이 그만큼 귀하고 높다.
오늘날 우리국어는 외국어의 범람, 거칠어진 언어둥 오염 그대로라 하겠다.
세종대왕께서 방언차를 없애고 국어음을 개신하기위해 표준어와 표준발음등을 의도한 늪은 뜻을 기리며 「훈민정음」 즉 방언차를 없애고 국어음 개신의 바른소리(정음)라는 참뜻을 되새기는것도 그분의뜻 을기리는것이 될것이다.
서정범
▲1926년 충북음성출생 ▲경희대대학원졸(문학박사) ▲(현)경희대교수(국문학) ▲저서= 『한국특수어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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