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왜 제구실 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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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나라의 방송이 공영체제를 갖추었음에도 공영방송으로서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것은 그동안 방송내용에 대한 일부 관련집단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와 근시안적 방송정책 때문으로 지적되고있다.
이것은 미리 발표된 제2회 방송위원회 세미나(21∼23일·전북 내장산관광호텔) 『공영방송의 진로』라는 주제내용에서 연세대 이상회교수가 주장한것.
이교수는 『방송프로그램의 개선방안』이라는 주제에서 현재의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그 이유를 『공영방송은 공익성이 높은 프로그램만을 방송하는 방송제도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MBC의 주식70%를 KBS가 소유하고 있는 현재 KBS와 MBC가 시청률 경쟁을 한다는 것은 공영방송체계 속에서 볼때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는것.
이교수는 KBS와 MBC가 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개선, 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각방송국은 프로개편때마다 현상유지적 성향을 탈피, 정책성이 높은 교육 교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전형적인 상업성 프로들을 추방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둘째, 방송매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장·단기적 목표를 미리 세우고 이에 맞게 정치·경제·문화·사회분야별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개편때마다 반영시켜야한다.
세째, KBS와 MBC는 하루빨리 경쟁적 입장을 탈피, 서로 보완적관계를 이룩해야 한다.
네째, 로컬프로를 확장해 지역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해야 한다.
다섯째, 방송소재를 근시안적이고도 소아병적인 견해로 방송소재 선택에 「방송불가」 판정을 하고 있는 현재의 금기사항을 줄여 나가야 한다.
이외에도 이교수는 각방송국이 과거 인기프로그램을 재생시켜 방송하는 자세를 시정하고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된다고 제언했다.
한편 『외국 공영방송의 추세』라는 주제발표에서 고대 오택섭교수는 각 방송국이 시청률 경쟁을 하는것은 방송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저질방송을 하기위한 경쟁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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