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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이 미국을 보는 시각은 두 갈래|집권층-"영원한 적"|국민들-"부러운 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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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은 소련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소련인 들은 미국을 서로 다른 2개의 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크렘린의 수뇌들은「레이건」 의 미국 행정부를 영원한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항상 정치· 경제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도전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의 일반 주민들 가운데는 때로 미국인과 우정을 나누기도하고 혈족관계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무대에 올라 선 미국>
소련의 일반 국민들은 미국을 매우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러시아인들은 미국이 소련과 마찬가지로 매우 큰 나라이며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 소련에서의 문화생활의 단면을 살펴보면 이 같은 감정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소련에서는 최근영화 『톰 소여의 모험』도 상영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가 출판되기도 했다.
모스크바에서 금년 들어 가장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미국스타일의 로크오페라 『유노아 이 아보츠』 는 바로 19세기에 미·소사이의 융화임무를 띠고 방미 항해에 나섰던 탐험가 「니콜라이·레자노프」가 탔던 두 배의 이름을 딴 것. 그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으나 본래 목적은 좌절되고 말아 귀국 길에 올랐으나 배마저 가라앉았다는 스토리다. 이는 결국 두 나라사이에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불화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스크바 한복판에 있는 한 조그만 실험극장에서는 『l세기이상 끌어 온 날들』이라는 제목의 연극을 상연하기 위해 두 나라 국기로 무대주변을 장식해놓았다.
첫 장면은 양국이 합동으로 우주정복에 나서는 것을 보여주지만 종국에 가서는 인공위성을 타고 날아간 우주인들의 귀환을 두 나라가 함께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지상본부에서는 그들이 명령을 어기고 외계인들을 만났기 때문에 지구로 돌아오는 경우 무서운 전염병이 확산될 것을 우려, 그 같은 조치를 내린다는 것.
결국 두 강대국은 앞으로도 비인간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싹트고있는 미·소간의 민간우의>
모스크바에 사는 한 노부인은 그의 미국인 친지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미·소는 두 나라의 관계를 맺어나가는데 있어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어요. 그 틈바구니에서 피해자는 결국 우리 소시민뿐이지요.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소련사람들은 여전히 미국인들을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소련당국의 태도와는 대조적인 발언이다.
소련당국의 미국에 대한 역선전 때문에 모스크바에서는 생필품이나 사치품을 막론하고 모든 물자들이 부족한데도 어떤 사람들은 거꾸로 미국인들이 식량조차 구하기 힘든 곤경에 처해 있는 것으론 착각해 그들을 도와주려는 난센스도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 소련 인은 최근 그의 미국인 친구 집을 방문하면서 흔해빠진 바나나를 모스크바로부터 사들고 가기도 했다.
그는 미국을 방문하기 직전 모스크바에 파일 공급이 이루어져 물건이 바닥나기 앞서 다행히 바나나를 살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스관은 세워질까>
이와는 달리 소련정부의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시베리아에서 서구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을 둘러싼 백악관의 방해공작을 타파하는 것이다. 소련의 언론기관들은 요즘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반미투쟁에 관한 보도를 내고있다.
TV에서는 가스관 건설 현장인 카마강 등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미국의 금수조치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서 선적된 서구제품의 각종 장비들이 속속 도착되는 광경을 잇달아 방영하고 있다. 소련각지의 공장들은 서구 장비가 들어오지 못하게 되는 사태에 대비해서 가스관 건설에 필요한 주요장비부품들을 생산하기 위한 계획도 마련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수많은 기술자들이 그들이 일하던 공장에서 선발되어 가스관 건설에 필요한 펌프· 콤프레서· 가스관 설치기 등을 제작하는 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와 때를 같이 해 소련의 한 고위장성은 TV에 나와 미군은 이권에만 혈안이 된 장사꾼의 집단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소련공산당의 한 외교전문가는 「레이건」 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욱 맹렬하게 공산주의를 탄압하고 파괴하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트집을 잡았다.

<◇「브레즈네프」등정연막전술
미국 등 서방기자들이나 외교관들은 중병설의 「브레즈네프」 가 공식석상에 나타나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주목하려 애쓴다.
이렇게되자 소련관리들은「브레즈네프」의 앞날에 대한 의혹을 없애기 위해 연막작전을 쓰기도 한다. 그 한 예로 소련외무성은 최근 「브레즈네프」가 금년 말쯤 은퇴할 것이라고 허튼 정보를 흘려 서방관측통들이 각종 루머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US뉴스지 10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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