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요 음반 국내 발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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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로 상징되는 고대 이집트. 그런데 그 시대에 불리고 연주된 음악에 관심을 쏟은 학자가 있다. 스페인의 음악학자 라파엘 페레스 아로요는 10여 년에 걸쳐 피라미드 시대의 음악 연구에 몰두했다. 특히 이집트 고왕국시대(기원전 2707년~기원전 2216년)의 음악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물이 2001년 낸 음반 'Ancient Egypt'다. 이 음반이 최근 국내에 수입됐다. '피라미드 시대의 음악'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55쪽에 달하는 음반 속지에 이 시대의 음악에 대해 설명해놓았다.

"이 시대의 음악은 단순히 듣고 즐기는 유흥거리가 아니었다. 성스러운 언어이자 가장 고명한 지혜로 간주됐다. 그래서 그 이름이 현세에도 전해지는 상당수의 음악가들은 왕의 무덤에 묻혔다. 이집트인에게 음악은, 춤과 결부되고 천문학과 신학을 용해시킨 예술이다. 이 사상은 훗날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의 철학에도 투영돼 있다. 게다가 특정 악기와 음악 이론적 원칙이 자생적 문명이라 믿어왔던 인도나 중국.일본 등 다른 문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아로요의 주장대로 이집트의 음악이 동양권에도 영향을 미쳐서일까. 우리의 옛 음악과 공통된 부분을 종종 찾을 수 있다. 5음계에 귀에 익은 박자까지. 그러나 듣기 만만한 음악은 아니다. 현대인에게 익숙한 세속적인 음악이 아닌, 종교적이고 성스러운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 특유의 성스럽고 신비한 느낌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휩싸고 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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