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13명 참회 마라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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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7일 오후 4시 임진각 자유의 다리. 서울 서대문 형무소를 출발해 8시간 만에 최종 목적지인 이곳에 도착한 일본인 와타나베 마사유키(51)는 감격에 겨운 듯 'Peace(평화)'를 외쳤다. 그는 온몸이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채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고 되뇌었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일본인 13명이 일제의 한반도 지배를 사과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라톤 행사를 열었다. 일본 도쿄학예대학의 체육학과 교수인 와타나베를 비롯해 공무원.회사원.교사 등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오전 8시쯤 독립투사들이 산화한 서대문 형무소에서 일제의 침략을 참회하는 재를 올린 뒤 임진각까지 47㎞의 코스를 달렸다. 서울 마라톤클럽회원 소속 한국인 여섯 명이 함께 뛴 이번 행사에서 양국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들고 양국의 우정을 다짐했다.

와타나베 교수는 지난해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한 뒤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빚을 갚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일본에서 함께 활동하는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과'참회의 마라톤' 행사를 열기로 뜻을 모았다.

와타나베 교수는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한 결과 한국은 분단의 비극을 맞게 됐다"며 "통일이 되면 서울에서 평양까지 다시 한번 참회의 마라톤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행사에 참가한 시각장애인 미야기 다타키(44)도 "일본의 군국주의에 반성하고 통일을 염원한다"고 말했다.

글=손해용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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