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겨우살이'를 준비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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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그간 비교적 포근했던 초겨울 날씨가 12월 들어서며 영하의 강추위로 돌아섰다. 김장을 서두르는 등 겨울을 날 채비를 해야 할 때다. 김장은 일 평균기온 4도 이하, 일 최저기온이 영하로 유지될 때가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지금이 김장의 최적기인 셈이다.

 특히 주부들은 요즘 김장을 하고 가족들의 두꺼운 옷을 챙기는 등 겨울 준비에 바쁠 때다. 이처럼 겨울 동안 먹고 입고 지내기 위해 준비하는 옷가지나 양식 등을 통틀어 무엇이라 부를까? ‘겨울살이’ ‘겨우살이’ 어느 것이 맞을까?

 원래는 ‘겨울+살+이’ 형태로 ‘겨울살이’였겠지만 발음을 부드럽게 하다 보니 ‘ㄹ’ 받침이 떨어져 나가 ‘겨우살이’가 됐고, 이것을 표준어로 삼고 있다. 따라서 ‘겨울살이’라고 하면 틀린 말이 된다.

 식물 가운데도 ‘겨우살이’라는 것이 있다. 참나무·밤나무 등에 기생하며 둥지같이 둥글게 자란다. 나무에는 해를 주지만 약용으로 쓰인다. 한방에서 강장·진통제 등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알려진 식물이다. 이 식물의 표기 역시 ‘겨울살이’가 아닌 ‘겨우살이’로 해야 한다. 일반인들의 글은 물론 학자들의 연구 논문에도 ‘겨울살이’라는 표기가 많이 나오지만 ‘겨우살이’가 맞는 말이다.

 ‘한겨울 동안 계속해서’를 나타내는 말도 같은 이유로 ‘겨울내’가 아니라 ‘겨우내’다. “겨울내 먹을 김치를 담갔다”처럼 쓰면 틀린 말이 된다.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갔다”고 해야 한다. “동물들이 겨울내 먹고 살아야 하는 밤이나 도토리는 그냥 두자”에서의 ‘겨울내’도 ‘겨우내’로 바꿔야 한다.

 ‘겨우살이’ ‘겨우내’처럼 발음을 부드럽게 하다 보니 받침이 떨어져 나가고 그것을 표준어로 삼은 것은 이외에도 많다. ‘가을내→가으내, 멀지않아→머지않아, 찰지다→차지다, 길다랗다→기다랗다, 달디달다→다디달다’ 등이 있다. 이들은 받침이 없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고 있어 원말을 좇아 받침을 붙여 적으면 틀린 말이 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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