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로 열린 자세로 남북행사 만들어 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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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8.15 민족대축전이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어제 폐막됐다. 이번에 북측 당국 대표단은 국립현충원 참배, 국회의사당 방문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또 축전을 계기로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도 실현됐다. 모두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만남과 조치는 남북관계 진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번 축전은 우리에게 해결책이 쉽지 않은 과제도 동시에 던져주었다. 무엇보다 '남.남 갈등'의 극복이 그것이다. 진보 성향의 주최 측과 이에 반발하는 보수단체 간의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쪽에선 '주한미군 철수'를, 다른 쪽에선 '김정일 독재폭정 종식'을 외쳐댔다. 물리적 충돌이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런 반목이 해소되지 않는 한 향후엔 불상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 못해 매우 우려된다.

따라서 관련 단체들의 자제가 시급히 요구된다. 우선 주최 측이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6.15 공동선언'이후 매년 한두 차례 열려온 이런 식의 축전은 이제 '그들만의 잔치'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같은 성향의 인사들이 모여 '우리 민족끼리' '민족통일' 등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의 남측본부 홈페이지에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글을 올리는 정도이니 큰 문제다. 많은 국민이 어리둥절한 채 사태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본다면 남북 교류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통일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가 80%를 차지했다. 통일은 이벤트로, 특정 세력의 세몰이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나 주최 측은 이런 점에 유념, 보다 많은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받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수단체도 마찬가지다. 가장 친근한 국가로 북한이 미국에 이어 2위로 나오는 등 우리 사회의 대북 인식이 변하고 있다. 좀 더 '열린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