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자주 들르는 서점 어딘지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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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딸 말리아(오른쪽)·사샤(가운데)와 워싱턴의 한 서점을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 [워싱턴 AP=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동네서점 나들이를 했다. 추수감사절과 맞물린 세일 기간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형 유통업체만 이득을 보는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골목상권과 중소 상공인을 보호하는 ‘스몰 비즈니스 새터데이’를 맞아서다. 딸 말리아(16)ㆍ사샤(13)와 함께 워싱턴 시내 서점 ‘폴리틱스 & 프로즈(Politics & Prose)’를 깜짝 방문해 17권의 책을 구매했다. 오바마 일가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도 이 서점을 방문했다. 워싱턴포스트 전직 기자인 남편과 전 국무부 직원인 부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중간선거 참패 후 인기가 바닥인 그이지만 이날엔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했다. “다른 지역에서 오셨나요”라며 농담하는 직원에게 “그럼 할인되냐”고 응수해 “(백악관이니)이웃 할인을 해드리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자신의 신용카드를 건네며 “승인이 잘 되면 좋겠다”고 농담했다. 지난 9월 뉴욕의 식당에서 카드 승인이 거절됐던 것을 의식해서다.

아버지로서의 체면이 깎일 수 있는 순간도 재치로 모면했다. 계산대에 꽂힌 신간 『이방인: 백악관의 오바마』를 보고는 딸 말리아에게 “아빠가 외로워 보이는 사진을 표지로 썼다”고 하자 말리아는 “책 내용이 슬플 것 같다”며 아빠를 놀렸다.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하는 고객에겐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다른 궁금증은 없느냐”고 묻는 여유도 보였다. 다른 고객의 아기와 셀카를 찍은 후엔 직원에게 “얘도 할인되냐”고 물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구매 목록엔 시사주간지 뉴요커의 중국 특파원이 쓴 중국 분석서 『야망의 시대(Age of Ambition)』와 조셉 콘래드의 고전 『암흑의 핵심(Heart of Darkness)』과 청소년 판타지 소설인 『레드월』 등이 포함됐다. 『야망의 시대』는 평범한 중국인들이 현대 중국 발전을 이끈다는 내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책 일부는 크리스마스 선물용”이라고 밝혔다.

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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