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헌 해'를 보내며 진탕 씻김굿 한번 하렵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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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강화도 장화리 일몰 [중앙포토]

그 두꺼웠던 달력이 어느새 한 장만 남았습니다. 2014년 갑오년(甲午年)도 벌써 다 지나고 말았습니다.

돌아보니 올해도 다사다난(多事多難) 했습니다. 아니, 올해만큼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던 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저는 신록 푸른 어느 봄날 멀리 남도바다에서 전해온 끔찍한 사고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습니다. 울컥 눈물이 나다가, 벌컥 화가 납니다. 상처가 아무려면 아직 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꼭 해넘이 의례를 치러야 하겠습니다. 넘어가는 한 해를 바라보며 진탕 씻김굿을 벌여야 하겠습니다. ‘헌 해’를 고이 떠나보내며 다시는 억장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소원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새로 떠오를 ‘새 해’를 맞아야겠습니다. 다시 기운 차리고 일어서야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일출 여행이나 일몰 여행만큼 시시한 여행도 없습니다. 허구한 날 뜨고 지는 게 해이어서입니다. 단 하루라도 예외가 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해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떴다가 집니다. 그 해를 보겠다고 우리는 연말만 되면, 정확히 말해 12월 31일만 되면 부산을 떱니다. 어제와 하나도 다름없는 모양으로 뜨고 지는 해를 보겠다고 아예 소동을 피웁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올해는 넘어가는 해를 꼭 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올 한 해를 무사히 견딘 자신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줘야 하겠습니다. 그래, 욕 봤다. 올 한 해도 잘 넘겼구나. J Travel 독자 여러분도 인사를 전합니다. 갑오년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집장 손민호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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