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대통령의 방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도네시아「수하르토」대통령이 전두환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는 10월16일부터 4일간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한다.
우리는 먼저 인도네시아의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수하르토」대통령 일행을 환영하면서 그의 서울방문이 두 나라의 기존우호협력관계를 한층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치, 경제 및 안보분야에서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떤지를 설명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핵심적 회원국으로 동남아에서는 공산베트남과 군사력의 선두를 다투고있다. 뿐더러 이 나라는 페르시아만과 동북아를 잇는 석유수송로인 말래카 해협을 싱가포르와 함께 관리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인도네시아가 무한한 개발가능성을 지닌「자원의 보고」임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치적으로는 「수카르노」시대이래 비동맹권의 리더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지켜왔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는 다같이 외세의 지배를 받은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다. 우리가 일제의 질곡(질곡)에서 신음하는 동안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식민지배의 비운을 경험했으며 2차대전후 독립한 두 나라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면서 비슷한 경험, 비슷한 과정을 겪어왔다.
이같은 역사적 배경을 생각할 때 지리적으로 가깝다고 할 수 없는 두 나라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게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닌 것이다. 같은 개발도상국으로서 각기 익혀온 경험을 서로가 필요로 한 것이 말하자면 두 나라의 거리를 급격하게 좁혀놓은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수하르토」대통령의 방한은 전대통령의 작년6월 인도네시아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전대통령의 인도네시아방문이후 급속히 발전한 두 나라의 정치적 경제적 협력관계나 최근의 아시아지역 정세에 비추어 그 중요성은 매우 크다.
전대통령의 태평양정상회담 구상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태평양연안국 정상회담이란 구상이 웅대한만큼 실현되기까지의 도정은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다. 이 구상의 기본방향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려 하지 않는 것은 이런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태평양연안국간의 협력을 모색함에 있어 아세안의 향배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아세안 5개국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인도네시아의 태도가 다른 가맹국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다.
태평양연안국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전대통령이 캐나다를 공식 방문했을 때 그 개최필요성에 의견을 모은바있고 최근 이범석 외무장관과 「슐츠」미국무장관이 회담한 자리에서도 미국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러한 몇가지 외교적 징후에 비추어 오는 10월 서울서 열릴 한-인니 정상회담에서는 범 태평양 협력시대를 향한 또 하나의 뚜렷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도 될 것 같다.
한편 「수하르토」대통령의 방한은 그 자체로써 전대통령의 아세안순방외교가 결실을 보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두 나라 원수의 상호방문이 양국간의 경제협력관계를 가속화하고 더욱 확대해나가는 계기가 되겠지만, 정치적 의의가 이에 못지않게 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국보다 10년이나 앞서 64년에 이미 북괴와 외교관계를 수립했던 인도네시아가 전대통령이 제의한 남북한직접회담 등 대화를 통한 한반도문제 해결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결국 그동안 우리가 펴온 다변외교의 결실일 뿐 아니라 국제정치무대에서 한국의 위치가 뚜렷이 부각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수하르토」대통령의 방한이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두 나라의 협력 내지 보완관계를 증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