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 땅굴 파 은행돈 680억 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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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브라질 세아라주 포르탈레자에 있는 브라질 중앙은행 지점을 턴 절도범들이 파 놓은 땅굴의 모습.[포르탈레자 AFP=연합뉴스]

지난 주말 브라질 세아라주(州) 포르탈레자시(市)에 있는 브라질 중앙은행 지점에 도둑이 200m가량의 땅굴을 뚫고 들어가 약 1억5600 레알(6730만 달러.약 680억원)을 털어간 사건이 발생했다고 현지 경찰이 8일 밝혔다. 피해 금액은 지난 40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은행털이 범죄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중앙은행 관계자가 말했다. 그간 가장 피해가 컸던 것은 1987년 7월 영국 런던 나이츠브리지 현금보관소에서 털린 7200만 달러다.

경찰에 따르면 정확한 인원을 알 수 없는 절도단이 은행 주변 주택에서 4m 깊이로 땅을 판 뒤 은행 금고까지 연결되는 약 200m 길이의 터널을 뚫고 금고에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절도단은 고밀도 콘크리트와 강철판으로 둘러싸인 500㎡ 사이즈의 정사각형 금고를 뚫은 뒤 50레알(약 22달러)짜리 지폐가 든 5개의 컨테이너를 열고 돈을 훔쳤다. 이 지폐들은 모두 낡아 폐기처분될 예정이었다. 절도단이 일반 상업은행이 아닌 중앙은행을 노린 것은 상업은행의 화폐 보유액이 중앙은행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단이 땅굴을 파놓은 것을 보면 금고의 정확한 위치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며 "은행 내부에서 공모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두께 1m80㎝의 금고가 어떻게 뚫릴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현장에선 절도단이 놓고 간 것으로 보이는 드릴과 전기 톱, 용접용 화염 램프가 발견됐다. 또 터널에는 전등이 가설돼 있었으며, 터널 내부는 널빤지로 보강돼 있었다.

경찰 측은 "절도단이 땅을 파고 들어갈 때 생기는 흙더미를 치우고 그렇게 긴 터널을 판 것으로 보아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 시간을 5일 오후 6시부터 8일 오전 8시 사이로 보고 있다. 주말인 금요일 은행 문이 닫힌 뒤부터 다시 문이 열린 월요일 오전 사이에 절도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땅굴이 발견된 문제의 주택 주변에 사는 이웃들은 "그 집은 연립주택 건설 회사의 이름으로 임대됐으며 6~10명이 일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한 관계자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며 "절도단은 3개월에 걸쳐 터널을 판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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