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슈워제네거' 교통사고로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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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러시아의 아널드 슈워제네거'로 통하던 러시아 중부 알타이주(州) 지사 미하일 예브도키모프가 7일(현지시간)교통사고로 숨졌다. 48세.

코믹 배우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던 예브도키모프는 지난해 4월 주지사에 당선되면서 '슈워제네거'란 별명을 얻었다. 배우 출신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가 된 슈워제네거를 빗댄 별명이었다.

예브도키모프는 이날 오전 9시 20분 공식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승용차(메르세데스 벤츠 600)를 타고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운전수가 앞서 가던 승용차를 추월하기 위해 속도를 내다 이 차와 충돌한 뒤 20여m를 튕겨 나가면서 길가의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그러나 주지사 측근들은 "예브도키모프의 죽음이 올해 초부터 계속돼온 지사와 주 의회 간 갈등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알타이주 의회는 지난 3월 "예브도키모프가 주지사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임안을 의결했다. 이에 예브도키모프는 "지난해 선거에서 패배한 반대파들이 주지사 업무를 성공적으로 해내자 음해를 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예브도키모프는 지난해 인기 절정일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푸틴은 기성 부패 정치인 물갈이를 위해 서민적 이미지의 그를 발탁했다. 예브도키모프는 "웃읍시다. 그리고 나처럼 성공해서 부자가 되십시오"란 슬로건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당선됐다. 당선 뒤엔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일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웃는 정치'를 펼치려던 코믹배우의 꿈이 어이 없이 깨지고 말았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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