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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성추행 피해자들 “피해자 22명 더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대 자연대 수리과학부 K 교수가 이전에도 다수의 학생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 교수에게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학생들이 모여 만든 ‘서울대 K 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 X’(대책위)는 26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들은 “지난 사흘간 파악된 피해자만 22명이고, 학부ㆍ대학원ㆍ동아리에 이르기까지 K 교수의 영향력이 닿는 곳에서 수년간 어김없이 사건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K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이어졌지만 서울대 측이 즉각 진상조사에 나서지 않아 피해자 일부가 직접 나서서 대책위를 만들고 피해 사례를 수집했다”며 “(K 교수의 성범죄가) 10년간 지속돼왔으며 드러나지 않은 경우까지 합치면 피해자 규모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학교수와 학생은 직장 상사와 부하보다도 더 철저한 갑을관계이기 때문에 성추행 문제가 공론화되지 못했으며, K 교수가 대외적으로 구축한 이미지도 그의 범행이 알리기 어려운 이유였다”고 말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K 교수는 학생에게 대수롭지 않게 자신의 일상을 알리면서 개인적인 연락을 시작한 뒤 몇 번의 문자가 오가면 저녁 식사를 제안했으며, 그 자리에서 이성을 대하듯 신체 접촉을 시도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연구실로 학생을 호출해 성추행하기도 했다고 대책위는 주장했다. 또 학생들이 반발하면 “교수인 자신이 학생을 먼저 예뻐하고 잘해줬는데 무례하게 그걸 당연하게 행각하다니 기가 찬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책위는 ”언론 보도 이후 K 교수가 피해자 주변의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현재도 피해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더 이상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K 교수에 대한 응당한 처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K 교수의 성추행 혐의는 서울북부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K 교수는 지난 7월 서울 한강공원의 한 벤치에서 서울세계수학자대회를 준비하며 데리고 있던 다른 대학 소속 여성 인턴 A씨에게 “내 무릎 위에 앉으라”고 한 뒤 가슴을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피해자의 제보가 접수됨에 따라 K 교수의 추가 성추행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서울대 본부 측은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이 나오는 대로 K 교수에 대한 징계위를 열 예정이다.

이상화 기자 sh998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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