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 개입 부른 아시아나항공 파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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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파업이 갈 데까지 갔다. 아시아나 노사는 정부가 시한으로 정한 7일 자정을 넘겨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공은 이제 긴급조정권 발동을 예고한 정부 쪽으로 넘어갔다. 정부는 8일 노동 현안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기로 결정하고 준비절차에 들어갔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일체의 쟁의행위가 중단된다. 협상을 통한 노사 간의 합의는 물 건너가고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놓는 직권조정안을 받아들이는 도리밖에 없다. 정부는 직권조정안에 노조 측의 요구사항 중 인사.경영권에 관련된 항목은 일절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조종사 노조가 요구한 온갖 무리한 요구사항 가운데 사측이 수용할 의사가 있는 대목도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승객의 불편과 화물운송의 차질을 무릅쓰고 20여 일간 파업을 벌인 끝에 얻으려 한 결과인가. 건교부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조종사 파업으로 아시아나항공과 관련 업계의 피해액은 3000억원에 육박하고 이달 수출 차질액도 7억 달러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됐다.

아시아나 노사는 원만한 타협에 실패함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됐다. 손해는 볼 대로 보고, 이미지는 구길 대로 구긴 채 정부의 개입을 자초했다. 또 이번 사태로 항공산업을 다시 직권중재 대상인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가 폐지하기로 한 직권중재제도를 다시 부르는 악수를 둠으로써 노조 스스로 입지를 좁힌 셈이다.

긴급조정권 발동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아시아나 노사는 이제라도 합의를 도출해 정부 개입이라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