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핸드볼, 도둑맞은 세계선수권 티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한국 남자 핸드볼 대표팀이 국제핸드볼연맹(IHF)의 횡포로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IHF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내년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한국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이슬란드에 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올해 2월 아시아선수권에서 5위에 머물러 3위까지 주어지는 세계선수권 본선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아시아선수권 상위 입상국인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가 개최국 카타르와 외교상의 이유를 들어 출전을 포기하면서 출전권이 한국에 돌아올 것으로 기대됐다.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한 카타르가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출전권을 얻었고, 그 바람에 2~4위 바레인·이란·아랍에미리트가 세계선수권에 나가기로 돼 있었는데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가 돌연 출전을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핸드볼연맹은 5위 한국을 건너뛰고 6위 사우디에 출전권을 줬다. 나머지 한 장은 아시아 국가가 아닌 유럽의 아이슬란드에 주기로 결정했다. 아시아팀이 포기한 출전권을 유럽국가에 넘겨준 것은 핸드볼 종주대륙인 유럽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한 장이 사우디에 넘어간 것은 사우디가 아시아핸드볼연맹(AHF)에 로비를 해서 가로챈 것으로 협회는 보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에서 중동 심판들의 편파판정으로 본선 출전권을 잃었던 악몽이 재현된 셈이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이번 결정이 IHF와 AHF의 횡포라고 규정하고 “강력하게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