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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시대 '창업지도'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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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경기도 안산에서 테이크아웃 피자점 브링웰(www.bringwell.co.kr)을 하는 이현아(30)씨는 평일보다 주말이 더 바쁘다. 9평의 작은 매장이지만 대단위 아파트단지 주변이어서 주5일제의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개업한 지 두 달째인 이씨는 요즘 평일에는 100판, 주말에는 150~180판의 피자를 만든다. 이씨는 "가족들이 휴일에 식사 대신 먹을 수 있는 피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주말에 주문이 몰린다"고 했다.

주5일 근무제가 창업 시장과 소매 자영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5일제로 국민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면서 업종 간, 상권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오피스가(街)는 금요일 오후부터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주변 식당과 사무용품점들은 주말 휴무로 전반적으로 매출이 하락했다. 반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동네 상권에 적당한 업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가나 레저 문화의 확산으로 레저.스포츠.피트니스형 사업 등도 매출이 늘었다. 주5일제로 달라진 창업 풍속도를 알아봤다.

◆ 주택가 상권 '뜨고', 오피스 상권 '졌다'=오피스 상권은 금요일 저녁부터 한산해지는 '4일 반 상권'으로 변했다. 오피스 상권은 영업 일수가 줄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권리금이나 임대료도 내림세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인근에 오피스 빌딩이 많고 '먹자골목'으로 유명한 신사동 먹거리촌의 경우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예전에 비해 한산해졌다"고 말했다. 오피스가 중에서도 인근에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주거복합상권은 상대적으로 매출 하락폭이 작다. 반면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택가 상권은 강세다. 서민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주말을 집에서 보내는 사람이 많아 배달업이나 동네 주점업 등이 강세다. 이에 비해 레저 수요가 많은 중상류층 거주지는 고급 외식업소나 레저.피트니트센터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 아웃도어형 전원형 비즈니스 '꿈틀'=주5일제는 펜션이나 주말농장 등 교외 상권을 부활시켰다. 경기도 군포 수리산 등산로 주변에서 뽕잎음식전문점 뽕잎사랑(www.뽕잎사랑.com)을 운영하는 정경조(43)씨는 주말이면 정신없이 바빠진다. 탁 트인 전망 속에서 별미를 즐기려는 가족 고객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권은 야외 나들이가 잦은 여름에 매출이 가장 많고, 겨울에는 떨어진다.

정씨는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고객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예약 손님은 승합차로 모셔오는 밀착 서비스를 하고 있다. 감자옹심이 전문점인 해랑교옹심이칼국수는 주5일제로 교외 지역의 외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 아예 전략적으로 전원 지역에 점포를 내는 전략을 펴고 있다. 현재 22개 매장 중에 15개가 차를 타고 도심을 빠져 나가야 하는 전원 지역에 있다. 대구 교외의 한 가맹점은 주5일제 이후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낮까지 주부 모임.가족 모임이 이어지면서 주말 매출이 30% 정도 올랐다.

◆ 지역밀착형 동네주점.배달업 '짭짤'=주점업의 출점 전략도 달라졌다. 주점업소들이 오피스가 대신 주택가를 파고들고 있다. 과거에는 비즈니스형 음주 문화가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가족과 이웃 등과의 음주 문화가 확산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술을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했던 주점들이 요즘에는 가족 고객을 겨냥, 술 못지않게 식사와 안주를 중시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술 자체보다 고급 안주에 술을 곁들여 먹는 레스토랑형 주점, 소형 생맥주전문점, 사랑방 형태의 가족밀착형 주점 등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의 주점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배달업 품목도 치킨이나 자장면에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바비큐립.스테이크.샐러드 등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는 메뉴까지 배달해주는 외식업체까지 등장했다. 가정에서 즐기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표방하고 있는 조이스(www.ijoys.com)가 대표적이다.

◆ 레저.스포츠.피트니스.취미형사업=주말을 가족.친구.연인 등과 보내게 되면서 레저.피트니스형 사업이 늘고 있다. 주5일 근무로 전업주부와 젊은 직장여성들의 여유시간이 늘면서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 투자하는 뷰티사업도 최근 급성장했다. 가격파괴 피부관리 전문점 이지은레드클럽(www.leeredclub.co.kr)과 셀프 다이어트 전문점 아방(www.avantdiet.com) 등도 이런 흐름을 잘 탔다. 최근에는 피트니스와 뷰티업을 합한 비타레이디(www.vitalady.co.kr)처럼 두 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복합한 업종도 나왔다.

주말을 이용한 취미형 사업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DIY 가구공예, 비즈(구슬)공예, 핸드메이드 비누 및 화장품 공예, 토피어리 공예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경호 기자

◆ 주5일제 관련 유망 업종

-주택가 부근의 배달 및 가족 외식업 -피트니스, 미용, 스포츠 레저사업

-체험 및 숙박, 외식업 등 교외형 비즈니스 -취미 강좌 및 취미용품 판매업종

-요가.명상 등 심신수양 비즈니스 -'투잡'이 가능한 야간 영업형 업종

-핸드메이드, 아로마 테라피 등 매니어형 업종

-테마와 교육적 효과가 있는 각종 여행.유적답사업

-주말 및 야간을 이용한 각종 사회교육사업

<자료: 한국창업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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