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의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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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재무부가 확정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그 동안의 각계여론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할수 있을 것이다. 「6·28」,「7·3」조치로 이름붙여진 금융의 실명거래제와 세제개편안은 정부의 영향을 놓고 많은 논란이 거듭되어왔다.
정부가 민정당과의 협의를 거치고 또 각계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받아들여 부정적 요소를 다소 빼놓았다는 사실은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유연성을 보여준 것이다.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세부담 경감과 차등과세로 실명거래제를 유도한다는 방식은 그에 상응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모든 경제정책의 대전제가 「1천억달러의 GNP」, 「저축률 30%」가 되어야 한다고 명백히 한바있다.
이러한 우리경제의 명제에 비추어 선택해야할 정책수단의 필요충분조건도 스스로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실명거래제를 실시한다해도 이자소득, 증권투자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를 병행하여 저축의욕을 저상시킨다는 것은 재고해야할 문제점이라고 지적해왔다.
다시 말해 금융거래의 관행, 공금융의 한계를 인정치 않고 일시적인 충격요법으로 사금융을 끌어낸다는 발상은 오히려 부작용만 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그런 뜻에서 재무부는 실명거래와 무기명거래에 차등과세함으로써 무기명예금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도록 유도하도록 하고있다.
고세율임에도 굳이 무기명으로 남아있을 예금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지금으로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만약 무기명의 실명화가 부진하다면 그때 가서 세율조정을 다시 하든가 해서 소기의 목표를 실현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경기자극책의 일환으로 채택한 소득세, 법인세 등의 인하조정은 매우 적절한 조세정책의 활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경제적 대응책으로는 금리인하, 조세경감책이 최선의 카드인 것이다.
정부로서는 세수결함이 발생하고 있는 중에 조세부담 경감을 단행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 그에 따른 세수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과거에 맛을 들었던 인플레이션에 의한 자연증수와는 결별하고 경기에 의한 자연증수에 주력토록 방향전환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물품세율을 조정한다든가, 부가세 기본세율을 낮춘다든가, 지상배당세를 폐지한다든가 하는 세제개편의 여지는 남아있다.
세제개편안 자체에도 미흡한 대목이 있다. 법인세율과 개인소득세율간에 형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자는 분리과세하면서 주식배당의 종합과세범위를 늘려놓은 것은 순서가 어긋났다.
저축을 늘리려면, 경기를 살리려면 제2금융권의 기능도 최대한으로 발휘토록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모든 욕구를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는 없다해도 경기동향 추이를 보아가면서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자세는 갖고있어야 할 것이다.
잇단 경제조치의 충격은 이번 재무부의 세제개정안 발표로 다소 가라앉게 될 것 같다.
이제부터 정부나 기업이 해야할 것은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적극적인 투자마인드를 일으키는데 있다.
그와 더불어 가계는, 이자의 분리과세 존속으로 불이익이 초래될 우려가 없어졌으므로 저축의식을 높이고 정상적인 소비를 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경제는 성장잠재력을 얼마든지 개발해낼 수 있는 경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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