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청 '핵폭풍'] 검찰도 국정원에 속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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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5일 "휴대전화도 도.감청이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검찰이 당혹해하고 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국정원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해 올 4월 무혐의 결정을 내린 지 불과 넉 달 만에 정반대의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2002년 10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폭로와 이를 근거로 한 시민단체의 고소.고발이 이어지자 검찰은 사건을 서울지검 공안2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미국.러시아 등에 직원을 파견해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지난해 말에는 미 연방수사국(FBI)을 통해 디지털 무선통신방식 개발회사인 퀄컴에 문의한 결과 "현존 기술로는 도.감청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다.

검찰은 또 "국정원 내부 감청시설을 직접 조사했지만 불법 감청이 이뤄지고 있다거나 휴대전화 감청장비가 설치돼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해 "국정원이 도청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고, 현재의 기술로는 휴대전화 도청이 불가능하다"며 2년5개월에 걸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이날 "1996년부터 휴대전화 도청 장비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사용하다 2002년 3월 전부 폐기했다"고 밝히면서 검찰의 수사 결과를 무색하게 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모은 모든 증거와 의견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도청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당시 수사가 휴대전화의 도청 가능성 여부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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