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승을 잡진 못했지만 희망의 함성 들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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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충청북도에서 장애인 야구팀 창단을 검토해 본다고 했습니다. 오늘 경기는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청각장애인 학교인 성심 학교 조일연 교감의 말이다. 그는 성심 학교 야구팀을 만든 사람이다. 대학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하고, 성심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7년 전 우연히 체육 교사 대신 수업을 하다 학생들에게 야구를 가르쳤다. 곧잘 따라하는 아이들의 운동신경과 집중력에 놀랐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야구팀 창단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4년을 준비해 2002년 팀을 꾸렸다. 그리고 정확히 2년 전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에 데뷔했다. 지금은 박상수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고, 그는 관중석에 앉아 선수들 동작 하나하나에 주먹을 불끈불끈 쥐며 흥분한다. 얼마 전 충청북도 관계자에게 팀 창단에 관한 긍정적인 연락을 받은 터라 더 긴장됐다.

"야구를 하면 미래가 보인다고 아이들에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청각장애 학생들이 야구를 할 수 있고요."

그러나 1승은 다음 대회로 미뤄야 했다. 성심 학교는 4일 동대문구장에서 벌어진 봉황기 1회전에서 대구상원고에 2-12, 7회 콜드게임으로 져 탈락했다. 하지만 7번 이종환은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종환은 "볼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언제든 칠 수 있는 볼"이라고 했다. 박상수 감독은 "어제 경기가 비로 연기된 뒤 충주까지 내려갔다 아침에 다시 올라왔다. 컨디션이 나빴을 텐데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 줬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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