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특수 전파 수신기만 있으면 휴대전화 도청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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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MA 도청기 ‘G-Com 2066’을 판매한다는 미국 HSS사의 홈페이지. ‘G-Com 2066’은 2002년 국정원이 구입했다고 한나라당이 주장한 장비다. 당시 국정원 측은 “이 장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HSS사는 홈페이지에서 2000년에 ‘G-Com 2066’을 개발했다며 사진과 제원을 공개했다. 또 GSM 도청기(GSM 2060TP)와 TDMA 도청기(G-Com 2065) 등도 생산한다고 소개했다.

적절한 장비만 갖추면 휴대전화도 손쉽게 도청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증언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러시아 등지에서는 휴대전화 도.감청 장비가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국내에까지 이런 장비가 소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국정원 등 당국은 우리 국민이 일반적으로 쓰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식 휴대전화의 경우 "이론적으론 도청이 가능할지 몰라도 기술적으로 너무 어려워 현실화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본지 취재팀은 2일 세계적인 통신보안 업체인 미국 '카운터페인'사의 최고 기술책임자(CTO)인 브루스 슈나이어(사진)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 슈나이어는 "한국의 국정원이 CDMA 휴대전화 도청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전형적인 '변명(defense)'"이라며 "놀라운 도.감청 기술의 발달로 최근에는 컴퓨터와 특수 디지털 스캐너(전파수신기) 등만 있으면 간단히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엿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슈나이어는 1997년 CDMA 암호체계에 허점이 있다는 보고서를 인터넷에 공개, 미국 이동통신산업조합(CTIA)이 이를 인정하게 만들었던 사람이다.

취재팀이 미국 보안장비 업체들의 홈페이지를 들여다 본 결과 주요 업체마다 CDMA 도.감청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었다. HSS(www.cellularintercept.com)는 CDMA 휴대전화 감청기 'G-Com 2066'을 광고하면서 사진과 제원, 원리를 자세히 설명했다. 통화 내용은 물론 전화번호.통화시간.메시지 등도 알 수 있다고 했다. 베리사인(www.verisign.com)도 단말기에서 송수신 되는 번호나 문자.영상 등을 감청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 회사 측은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을 제시할 경우 즉시 휴대전화 감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 보안업체인 금성시큐리티 남형종 이사는 "얼마 전 러시아 도.감청 장비업체로부터 4억원짜리 CDMA 감청기를 소개받았다"며 "장비 한 대로 최대 12회선까지 감청이 가능한 데다 미국산에 비해 싸면서 성능은 우수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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