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병영개선 위한 정신과기록 열람, 극도로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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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혁신안 중 하나로 병무청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전산망을 공유해 징병검사 대상자의 정신질환 진료기록을 열람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등을 통해 군의 허술한 정신질환자 감별·관리 실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군은 중증 정신질환자가 군에 입대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혁신안대로 입영 대상자 전원의 정신질환 정보가 공개되면 과도한 사생활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신질환 진료내역은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개인정보보다 민감성이 큰 기록이다. 엄밀히 보호받아야 할 진료기록을 군대에 갈 때 국가가 다 들여다본다면 지금도 15%에 불과한 정신질환 진료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 또 정신질환 약을 일시적으로 복용하거나 정신의학과를 성실하게 다닌 사람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는 수사 목적을 위해서는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과 관련, 헌법재판소는 “종교적 신조, 육체적·정신적 결함, 성생활 정보같이 내밀한 사적 영역이나 인격의 내적 핵심에 근접하는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그 허용성을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수사 목적이라도 진료기록의 열람은 엄격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물며 수사 목적도 아닌데 입영대상자 전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을 조회한다면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벌어질 수 있다.

 국방부와 보건복지부가 아직 확실한 결정을 내린 상태는 아니다. 일단 복지부는 진료기록 전산 열람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고 군 부적응자의 대형사고를 예방해야 하는 국방부 입장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문제는 전산 열람의 범위·절차일 것이다. 엄격한 절차를 통해 꼭 필요한 대상자의 진료기록을 제한적으로 공유하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입영 대상자 전원의 정신의학과 기록을 쉽게 들여다보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정신의학과 기록 열람은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