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번스타인 “창의성을 대중화하는 사람이 혁신가 … 잡스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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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건대 교수가 20일 창의성과 혁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1인1스마트폰 시대. 정보기술(IT)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사람들은 더 똑똑해졌을까. 더 창의적으로 변했을까.

 30년 동안 창의성을 연구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61)은 망설임 없이 “아니다”라고 한다. 오히려 사람들은 비슷한 스마트 기기를 가지고 비슷한 방법으로 인터넷을 검색한 뒤 비슷한 정보를 근거로 비슷한 의견을 비슷한 식으로 표현한다. 미국 미시건 주립대 생리학 교수인 루트번스타인은 천재들의 사고를 분석한『생각의 탄생(2007)』으로 세계적인 석학반열에 올랐으며 글로벌 기업·기관을 상대로 창의성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창조경제’, ‘창조경영’ 등 한국의 ‘창조열풍’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창의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창의성이란 ‘유용한 서프라이즈(effective surprise)’이며 누구나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가지 아이디어를 남다른 방식으로 결합해 ‘우와!’하고 놀랄만한 뭔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바로 창의성이다.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는 게 핵심이다.

 그는 “혁신가란 창의성을 대중이 쓸 수 있게 시장화하고 실용화하는 사람”이라며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예로 들었다. 잡스는 제록스가 ‘포인팅 도구’라며 발명한 300달러 짜리 기업용 마우스를 15달러 이하의 소비재로 만들어 개인용 컴퓨터인 맥킨토시를 만들어 냈다. 남들은 생각하지 못한 마우스의 유용성을 간파해 낸 것이다.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창의성을 기르는 방법은 여러 분야를 익히고 경험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종합적 사고와 남다른 상상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특히 “취미이건 특기이건 자기가 좋아하는 걸 깨닫고 파고들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려는 한국 IT기업들을 향해 “소프트웨어는 시를 쓰는 것과 같아서 하드웨어와 달리 수백개의 답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혁신을 원한다면 직원들을 바쁜 일정에 묶는 대신 일주일에 하루라도 비전과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착오를 허용하고 때론 무책임한 창의성, 상사가 싫어하는 위험한 생각도 막지않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이소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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